[박병규의 법률 칼럼]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르는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명의대여자 책임 없어...

기사입력 2019.06.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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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병규변호사입니다.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하는 계약을 명의대여 계약이라 하며, 이를 허락하여 명의를 빌려 준 사람을 명의대여자라고 합니다.

상법에서는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는 외관주의 법리에 따라 거래상대방을 보호하고 상거래상의 거래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상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24조(명의대여자의 책임)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최근 거래상대방이 명의대여자에게 명의차용자와 사이에서 발생한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에서, 명의대여자에게 변제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명의차용자인 A씨는 ‘OO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명의대여자인 피고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마쳤습니다. A씨는 위 사업을 영위하면서 거래상대방인 원고로부터 미용용품 등의 물품을 공급받고 물품대금 총 1,344만 8,820원을 지급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거래상대방인 원고는 명의대여자인 피고가 단순히 사업자등록 명의만을 A씨에게 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자기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의 상호를 타인에게 사용하도록 허락한 이상 상법 제24조에 따라 명의대여자 책임이 인정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가 A씨에게 자신의 명의로 된 ‘OO글로벌’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허락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① 원고는 이 사건 거래 당시에 혹은 거래 기간 중에 피고를 만난 적이 없었고, ② 원고는 A씨를 ‘사장님’이라고 칭하면서 거래를 해왔으며, ③ 원고는 사업자등록과 거래계좌 명의가 피고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와 A씨가 부부관계로 보아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A씨가 원고로부터 명의를 차용하여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박병규 변호사.jpg
 

설령 원고가 이를 알지 못했더라도 조금의 주의를 기울여 확인해 보았으면 위와 같은 명의대여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명의대여사실을 모르는데 중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상법 제24조 명의대여자책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명의대여자는 자신의 명의를 타인에게 대여하였으므로 이를 믿고 거래한 상대방에게 상법 제24조에 따른 명의대여자 책임을 부담해야 합니다.

​다만 명의대여자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상대방이 오인한 점이 없거나 명의대여 사실을 모르는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명의대여자는 책임이 면제됩니다.

이번 사안에서도 법원은, 원고가 A씨를 영업주로 인식하고 호칭하여 왔던 점, 거래 기간 중에 피고를 만난 적이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명의자인 피고를 영업주로 오인하였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사업자등록 명의와 계좌명의가 A씨가 아닌 피고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거래를 진행하였으므로 이는 명의대여사실을 모르는데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에게 명의대여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일정부분 거래상대방의 주의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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