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변호사의 법률 칼럼] “혈연관계 없어도 친자임을 부인하지 못하는 사례”

기사입력 2019.11.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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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병규변호사입니다.

친자(親子)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인 친생자(親生子)와 입양에 의하여 자녀가 된 양자(養子)를 아울러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친자관계의 인정여부는 양육비 지급, 상속 등 각종 재산문제에서부터 여권발급, 비자발급 등 절차적인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우리법은 이러한 친자관계의 안정적인 확정을 위해 친생추정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법규와 판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민법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②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③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846조(자의 친생부인)

​부부의 일방은 제844조의 경우에 그 자가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847조(친생부인의 소)

​①친생부인(親生否認)의 소(訴)는 부(夫) 또는 처(妻)가 다른 일방 또는 자(子)를 상대로 하여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내에 이를 제기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경우에 상대방이 될 자가 모두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내에 검사를 상대로 하여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865조(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

①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즉, 우리 법은 혼인 성립일로부터 200일 후 종료일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를 다투는 것은 사유를 안 날로부터 2년 내로 제한하며, 별도 소송으로 다투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위 제소기간이 지나면 반사적 효과로 설령 친생자가 아님이 명백하다 하더라도 친생자 관계는 그대로 확정되도록 하는 법적안정성을 우선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법률상 혼인 중이라고 하더라도 장기간 별거 기타 해외출장과 같이 부부사이 정교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동서의 결여‘)에는 민법 제844조 친생추정을 번복함으로써 별도 소송으로 다투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마치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는 정황이 명백하다면 친생추정을 부인하는 태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인공수정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특히 남편이 무정자증이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하여 출산한 아이의 경우는 어떨까요.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명백하므로 친생추정을 부인하고 친자관계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법은 친생추정제도를 만들 당시 이러한 의학기술 발전을 상정하지 않았기에, 아래 소개할 사건과 같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결(2016므0000)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A는 부인 B와 1985년 결혼했지만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에 부부는 다른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 시술을 통해 1993년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이번에도 부부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습니다. 

2013년 가정불화로 아내 B와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A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며 친생추정이 부인됨을 전제로 친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이 시행한 유전자(DNA) 검사결과 두 자녀 모두 A와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부인이 남편의 자식을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에게 패소 판결했습니다.

그리고 2심 법원은 A씨와 두 아이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지만, 첫째 아이에 대해서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A씨가 동의했기 때문에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둘째 아이에 대해서는 친생자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나,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 양친자관계가 성립해 소의 이익이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해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등에 비추어,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친생추정 규정은 문언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혈연관계의 존부를 기준으로 그 적용 여부를 달리 하지 않는다. 특히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에 대해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도 않다"고 하며, 첫째아이와 둘째아이 모두 친생추정을 받는다는 전제 아래 결론에 있어 원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본 사건의 핵심은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는데 동의한 남편은 친생추정의 효과를 부인할 수 없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나면 출생한 아이에 대해 아버지가 아니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이를 우회하는 형태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패소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와 같은 인공수정 출산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라면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자관계를 다툴 여지가 있으나, 위 사건의 둘째아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라면 그것조차도 패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난임 부부들의 경우 인공수정 혹은 난자 공여, 대리임신 등의 경우에 시술동의서를 작성하는데, 그것이 단순한 수술에 대한 동의를 넘어 친자관계를 추정하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번 사안은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는 것에 동의한 남편의 사안에 한정된다는 점을 주의하시고, 여타 새로운 형태의 불임시술이라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박병규 변호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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