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변호사의 법률 칼럼] 환매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사안​

기사입력 2020.01.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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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병규변호사입니다.

오늘은 국가의 공익사업으로 인한 토지수용에 관련된 이야기를 드려보겠습니다.

법률과 관련한 글을 연재하고자 판결문을 분석하다보면 종종 그 판결의 내면에 흐르는 어떠한 철학 내지 가치관을 엿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자들은 판결이란 순수하게 법적인 측면에서만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이는 일면 타당성이 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존재가치는 국민의 기본권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로지 법적인 잣대로만 분쟁을 해결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국가들에서는 사법순혈주의를 배척하며, 법원의 판단에 법적인 관점이외의 요소가 개입할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가 자주 가는 한 법원 앞에서는 올해 초부터 할머니 한 분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위를 하고 계십니다. 그 자세한 내막은 알 수가 없지만 재개발로 인하여 평생 살아오신 주택을 빼앗긴 사정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비록 법원에서 패소판결이 나왔지만 할머님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자신감이 가득차 있으신 것을 보면, 얼마나 억울하시면 저렇게 매일 찾아오실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생기곤 합니다. 또한 법원이 과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맞는지 의문점도 듭니다.

이야기를 좀 바꾸어 본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곳을 가든지 아파트 건설현장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상당히 사라졌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곳에는 용역깡패들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규모개발과 관련하여 모든 사람이 찬성하지는 않을진대 사업은 적법하게 진행되며 이를 반대하는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은 이른바 토지수용이라는 미명하에 국가 등에게 귀속되게 됩니다.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참으로 기가 막힐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앞서 말씀드린 할머니처럼 법원 앞에 가서 부끄러운줄 알아야지라며 시위라도 하고 싶을 것입니다. 

사실관계

원고는 울산 중구 000동 지역에 전 400제곱미터(이하 이 사건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2003. 6. 23. 도시계획도로건설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2007.10.17.법률 제8665호로 변경되기 전의 것,이하 구 토지보상법)에 따라 공공용지로 취득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토지는 애초에 계획했던 도로건설사업에 필요없게 되었고,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소외 회사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토지는 원고의 소유이며 이를 공익사업을 위하여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면 원고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며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환매권이란 공용수용의 목적물인 토지 등이 공익사업에 불필요하게 되었거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사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원래의 토지등의 소유자가 일정한 요건하에 이를 다시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산권의 존속보장이념에 기초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수용된 이 사건 토지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구 토지보상법에 따라 환매권을 취득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환매권발생사실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이유로 원고는 동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 행사기간인 2013. 6. 30.까지 환매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존재한다.

이에 대한 피고의 주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토지는 비록 이 사건 사업에 필요치 않으나 그 후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을 위하여 필요하게 되었는바, 이는 동법 제91조 제6항 및 동법 제4조 제2호에서 정한 공익사업의 변환에 해당한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채권이라는 것은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의 적용을 받으며, 원고는 이 사건 토지 외에 별건 토지를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의 시행을 위해 소외회사에 처분하였는바, 이 시점에 원고는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음을 알 수가 있었는바,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이 때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기산되어 시효로 소멸하였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 도로사업의 사업시행자인 피고로서는 토지보상법 제92조 제1항에 따라서 원고에게 환매권이 발생하였음을 통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거나 공고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환매권 행사기간인 2013. 6. 30. 지나도록 환매권을 행사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하여 환매권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주장하듯이 원고가 이 사건 토지 외의 토지를 소외 회사에 매도한 사실은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을 내세워 원고가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의 존재를 알았다고 볼 수 없는 바,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판결의 숨은 쟁점은 피고가 항변하는 공익사업변환제도입니다.

공익사업의 변환이란 어떠한 공익사업에 제공하기 위하여 수용한 토지를 다른 공익사업의 용도로 변경한 경우 그 토지에 대한 환매기간을 연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당초 예정한 공익사업에 제공되지 않게 된 토지는 원칙적으로 환매를 하고 다시 수용하도록 하여야 하나, 다른 공익사업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절차의 반복은 번거롭고 사업의 원활화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제도적으로 기산일 변경을 인정하는 것이 공익사업의 변환인 것입니다.

그리고 피고가 항변하는 주택건설사업 역시 공익사업변환에서 규정한 공익사업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원고의 경우에는 이미 환매권 발생이 진행된 점, 비록 환매권 규정이 원고에게 이익을 주는 수익적 규정에 해당하더라도 그 범위제한은 실질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및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탁을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경우에 공익사업의 변환제도를 허용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원고가 소외 회사에게 다른 토지를 매도하고 더 나아가 소외 회사와 소송까지 한 사실이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이 이 사건 환매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관련하여 원고의 가해사실 인식 및 가해자를 인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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