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피할수 없다면 줄여봅시다

기사입력 2020.06.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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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는 한의원 근처에 대학교와 오피스타운이 있다 보니 간혹 술과 관련된 고민을 토로하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원장님, 술 좀 잘 마시게 해주세요”
“원장님, 저는 술 안 좋은건 알지만 술 없이는 못살 거 같아요”

제가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은 다음 질문이었습니다. 

“원장님, 저는 술 마시고 그 다음날이 너무 힘들어요. 술 깨는 한약은 없나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2019년 발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성인이 한달 술 값으로 쓰는 비용은 평균 11만원이며,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한 외신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1주일에 평균 13.7잔의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이는 세계 1위 수준이라고 하니 우리 민족은 “알코올의 민족”으로 불릴 수도 있겠습니다.

간은 한의학적으로 혈(血)을 주관하는 장기입니다. 혈액을 저장하여 혈액량을 조절하고 혈액을 통한 영양공급 수행에 관여하며 전신 운동기능을 주관합니다.

술은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잊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정도가 과하면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숙취로 인해 일의 능률을 저하시키며, 몸에 좋지 않은 증상들을 일으킵니다. 대표적인 숙취 증상으로 두통, 안면홍조, 심계(두근거림) 가 있는데 이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지닌 독성이 간을 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혈류 순환 증가로 신체에 열이 활성화 되도록 하는 열성이 나타나지만, 과하게 마시면 알코올이 체내 조직에 대한 독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때문에 기혈 순환에 있어서 해가 될 수 있습니다. 酒食不節(주식부절 : 술과 음식을 절제없이 즐기는 것)은 간병을 유발하므로 술을 절제하는 건강한 음주습관은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평소에 자신의 간의 상태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특히 술을 즐기시는 분들 중 한가지 이상 해당하신다면 간의 손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1. 오른쪽 윗배부분(간)을 손으로 “퉁”하고 3-5번 정도 두들겨보세요
  : 통증이 있을 경우, 간 신경총이 눌려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간질환을 암시합니다.
  한의학적으론 “장문”이라는 혈자리로서 간 경락 기능을 확인하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2. 엄지발가락 안쪽을 손가락으로 잡고 비틀어보세요
  : 엄지발가락은 한의학적으로 “간”의 경락이 지나가는 곳으로 통증이 있을 시 간의 활성도가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3. 코 주변부가 벌겋고 모세혈관이 보이는지 확인해보세요
 : 만성적인 음주로 인해 혈관, 특히 코 주변 모세혈관이 과다확장 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선 주사비라고 부릅니다. 

술로부터 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예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술을 아예 끊는 것입니다. 하지만 술로부터 간을 완전히 보호하기 위해선 최소 6개월 정도 금주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한번 맛들이면 담배만큼 끊기 어려운 것이 술이기 때문에 환자 분들 조차도 금주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인 스스로가 술을 절제하게 하는 한편, 숙취를 줄이는 운동법이나 예방법을 많이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음주 전 숙취 예방법>
저농도의 알코올은 위액 분비를 증가시키나, 고농도의 알코올은 위액 분비를 감소시키고 점액분비를 증가하게 만듭니다. 알코올을 공복에 마시는 것은 식사를 하고 나서 마시는 것보다 혈중알코올농도를 2배 정도 높게 하여 빨리 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따라서 위벽과 간을 보호하고 알코올 흡수를 줄이기 위해선 술 먹기 전 부드러운 유동식을 먹는 것을 권장합니다. 알코올의 흡수를 낮춰주는 우유, 알코올의 독소를 미리 없애주며 위벽을 보호해주는 계란을 추천하며 그 이외에도 간세포에 도움을 주는 아스파라거스, 아몬드 등도 있겠습니다. 한약재로는 비위를 보호해줄 수 있는 인삼을 추천드립니다. 
음주 전후 먹는 숙취해소제는 간기능 개선제, 강장제, 피로해소제 정도로만 생각하시고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음주 중 숙취 예방법>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종류의 술을 / 어느 속도로 / 어느 정도 양을 / 어떤 안주와” 마시는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당연히 술은 알코올 농도가 낮을수록 좋습니다. 알코올의 대사 속도는 혈중농도와 무관하게 일정하므로 낮은 농도의 알코올일수록 체내에서 분해되는 시간 또한 짧아집니다. 
또한 술을 마시는 속도도 가능한 느리게 해야 과음으로 인한 체온 손실을 줄이고 중추신경 억제 및 판단력 저하를 늦출 수 있습니다. 
술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과한 음주는 혈을 상하게 합니다. 옛 문헌에는 3잔(동동주 같은 발효주 기준인 것으로 추정됨)을 넘기게 되면 오장을 상하고 음란해지며 발광을 한다 하여 그 이상의 음주를 금하도록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술을 잘 마시진 못하지만 술을 마실 때 가장 고민하는 게 안주 고르는 것입니다. 각자의 취향이 다 있으시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드리는 안주는 “단백질이 풍부한 부드러운 안주(유제품, 계란) + 과일·야채” 입니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위벽 보호는 물론 각종 간질환의 발생률도 감소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일·야채 또한 술로 인한 과도한 이뇨작용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평소 위산과다가 있으신 분들에겐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한의학에선 면(麵) 종류의 안주를 먹을 경우 기도가 폐색될 수 있다고 하여 주의하고 있습니다. 

<음주 후 숙취 예방법>
한의학의 명서인 <동의보감>에서는 숙취해소법으로 先發汗 後利小便(선발한 후이소변), 즉 땀을 많이 내고 소변을 자주 보라고 하였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알코올이 빨리 체내에서 나올 수 있도록 땀을 내야합니다. 사우나나 반신욕도 좋지만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맨몸 운동 및 경혈자극법을 추천드립니다. 한의학에선 엄지발가락 – 무릎 – 사타구니 - 옆구리까지 이어진 경락을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이라고 하는데 이 경락의 혈자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압봉이나 볼펜으로 엄지발톱 안쪽(엄지발가락 옆)을 20-30초 동안 자극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돈(大敦)이라는 혈자리인데 자극이 센 편이긴 하나 알코올로 인해 상했을 간 경락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음주 후에는 숙취를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없앨 수 있는 충분한 영양섭취도 중요합니다. 포도당 섭취가 중요한데 쉽게 소화될 수 있는 달달한 음식을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면 초코렛우유나 꿀물, 녹차, 유자차, 매실차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한의학에서 습열이라는 개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의학에선 주독을 풀어주고 입안이 마르고 갈증나는 것을 멎게 해주는 재료로 칡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칡에 과음을 막아주고 술에 대한 욕구를 줄여준다는 연구결과 또한 발표되었다고 하니 술을 드시고 고생하시는 분들에겐 제격이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칡뿌리(갈근)와 칡꽃(갈화)은 술독을 풀어주는 약재로 임상에서도 많이 씁니다. 대표적으로는 갈화해성탕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건강에 있어 자랑이 아닙니다. 적당한 음주로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예방치료가 아닐까요.

<참고>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13/2014031301615.html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2351843&memberNo=33518467&vType=VERTICAL
https://cafe.naver.com/aibaijiu/15513
간계내과학 교과서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755271&memberNo=28656674&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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