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의 법률 칼럼] 이사회 결의 없는 회사 명의 채무변제 공정증서의 효력

기사입력 2020.06.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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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병규변호사입니다.​​

회사 대표가 본인 채무를 갚기 위해 회사 명의로 채무 변제 공정증서를 작성한 경우, 위 공정증서는 당연히 유효한 것일까요?

특히 위 공정증서 작성이 이사회의 결의 없이 대표 독단으로 이루어진 경우, 위 공정증서의 효력이 있는 것일까요?

그 효력이 유효라면 회사가 억울할 일이고, 반면에 무효라면 이를 믿고 거래한 채권자가 억울할 일이겠지요.

최근 회사 대표이사가 개인채무를 갚기 위해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 명의로 작성한 채무 변제 공정증서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연예매니지먼트업, 컨설팅업 등을 하는 I사 대표 A는 2013년 회사 사내이사를 통해 B 등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빌렸지만 이를 갚지 못해 빚 독촉을 받게 됐습니다.

이에 A는 B 등과 대여금 30억원, 채권자는 B 등, 채무자는 I사로 정하는 한편, A를 연대보증인으로 해서, I사의 강제집행인낙의 의사가 표시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공증인가 법무법인에서 작성했습니다.

A는 이런 공정증서를 작성하면서 I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A는 결국 빚을 갚지 못했고 B 등은 2017년 9월 이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으로 삼아 I사 소유의 유체동산을 압류했습니다.

그러자 I사는 "대표인 A가 이사회 결의도 없이 회사명의의 공정증서를 임의로 작성했다. 이는 대표권남용행위에 해당하고, B 등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고법 민사7부(재판장 김종호 부장판사)는 A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I사가 B 등을 상대로 낸 공정증서무효확인 등 청구소송(2019나2041769)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는 공정증서를 작성하기 전에 B 등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투자자들이 I사가 아닌 사내이사를 통해 A 개인에게 돈을 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I사가 보유한 돈으로 투자금을 변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힌 후,


"B 등의 요구에 따라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됐고, B 등이 그 과정에서 I사 이사회 회의록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더해 보면, B 등은 공정증서 작성 당시 A가 I사 이사회 결의 없이 I사를 채무자로 기재해 공정증서를 작성한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B 등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I사를 설립하는 등 법인제도를 남용했다거나 자신의 재산과 I사의 재산을 구분하지 않고 I사를 자기 맘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이 사건 공정증서에서 정한 I사의 B 등에 대한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기한 원금 30억원과 이에 대한 이자 기타 일체의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안에서 세 가지 쟁점이 문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법인격남용의 문제, 대표권남용의 문제 그리고 전단적 대표행위의 문제입니다.

 회사의 법인격이 남용된 특정한 경우에 한하여 회사의 독립적인 법인격을 제한함으로써 회사와 사원의 인격을 동일시하여 구체적으로 타당한 해결을 기하려는 이론이 소위 ‘법인격남용론(법인격부인론)’입니다.

피고 B 등은 법인격 남용을 주장하며 설사 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 사건 공정증서가 작성되었다 하더라도 I사와 A는 동일시하여야 하므로 공정증서는 유효라는 주장을 한듯하나, 법원은 “B 등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I사를 설립하는 등 법인제도를 남용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B 등의 주장을 배척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적법한 대표행위로서의 객관적 요건은 갖추었으나, 주관적으로는 회사가 아닌 대표이사 자신 또는 제3자에게 그 법률행위에 따른 이익을 귀속시킬 목적이었던 경우, 이를 ‘대표권 남용’이라고 합니다.
    

대표권 남용행위는 대외적 관계에서는 유효이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고 보는 것이 법원의 기본적이 태도라 할 것입니다.

사안의 사실관계가 구체적이지 않아서 가정적으로 추론해본다면, 대표 A가 회사 I의 사업과 관계없이 차입금을 사용하였다면 대표권 남용의 문제에 해당하고, 법원은 이에 대해 피고 B 등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 공정증서의 효력을 부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법률이나 정관에 의하여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만 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행한 대표행위를 소위 ‘전단적 대표행위’라고 합니다.

 특히 이사회 결의 없는 전단적 대표행위에 대하여 법원은 대외적으로 유효하나 상대방이 결의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B 등은 공정증서 작성 당시 A가 I사 이사회 결의 없이 I사를 채무자로 기재해 공정증서를 작성한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가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상의 검토를 통해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즉 개인과의 거래가 아닌 회사와의 거래의 경우에는 대표이사의 서명, 날인만으로 계약 등의 효력이 무조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회사의 정관 등에 이사회의 결의나 주주총회의 결의 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대표가 회사의 이익이 아닌 본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명의로 계약 등을 한 경우, 그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이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박병규 변호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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