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규 변호사의 법률 칼럼] 지도교수와 성관계 후 교수 아내로부터 손해배상소송 당하자,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교수 고소, 무고죄 불성립

기사입력 2020.10.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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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도교수와 성관계 후 교수 아내로부터 손해배상소송 당하자,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교수 고소, 무고죄 불성립

안녕하세요.

박병규변호사입니다.

우리 형법은 무고죄를 규정하여, 무고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최근 박사과정 지도 교수와 성관계를 맺은 후 교수의 아내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하자 교수를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소한 여성이 무고죄가 인정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A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인 B가 2014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모두 14회에 걸쳐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이유로 B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A와 B는 내연관계로 지내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일 뿐, B가 A를 강간하거나 지도교수로서 지위를 이용해 간음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B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A를 무고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한편 A는 B의 부인 C가 2016년 7월 A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B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었습니다.

A는 손해배상소송에서 "B의 위력에 의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는 C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가 항소하지 않아 민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1,2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A는 2016년 B가 자신을 폭행·협박해 강간했다는 취지로 고소했으나, 수사과정에서 내연관계가 드러나자 B가 '그루밍 수법'으로 간음했다는 취지로 주장을 바꿨다. 당초 고소사실과 주요내용을 달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A가 B와의 관계에서 일반적인 '상담자와 내담자' 관계에 있었다거나 B에 의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자발적인 의사에 기해 B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A는 이후 다른 남자친구와 교제하며 결혼 결심을 B에게 알리기도 했다. 이런 점 등을 볼 때 A가 그루밍 수법에 의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받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A의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법원은 1심과 같이 A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검찰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A의 형량을 징역 1년으로 높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형사2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2020도1842).

재판부는 "B가 지도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A를 간음했다는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고소사실에 나름의 진실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고소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해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후,

"A가 작성한 고소장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의 기본 취지는 B와의 성관계가 A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호소한 것. ‘그루밍에 의한 성관계'라는 성격 규정은 공소제기 이후 A의 변호인이 개진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보았습니다.

또 "A가 일관된 입장과 태도를 보인 것에 주목하면 그가 내린 주관적 법률평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언정,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이루어져 당사자들 외에 그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일반적. A가 B에게 사회적·정서적으로 감화·예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을 긍정한다면, A가 B와 친밀도를 유지하고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한 것을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A의 무고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무고죄 성립의 핵심은 ‘허위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허위라고 단정해 무고죄 성립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특히 무고와 관련된 고소사실이 성범죄인 경우, 당사자 외에는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무고죄 성립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였습니다.

이 사안에서 A는 이혼소송과 손해배상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위력에 의한 간음을 주장하며 지도교수를 고소했고, 손해배상소송에서는 패소판결을, 형사피고사건 원심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사실관계나 손해배상소송, 형사피고사건의 원심 판단에 비춰볼 때, 이런 사건에서조차 무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고와 관련된 고소사실이 성범죄인 경우, 무고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예측해 봅니다.
박병규 변호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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