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사입력 2021.10.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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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 남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1학년 1학기, 아마도 4월 쯤의 일로 기억이 난다. 2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급하게 소변이 마렵기 시작했다. 번쩍 손을 들고 “선생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을 하면 될 것을, 그때는 왜 그렇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입 밖으로 도저히 그 말이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아, 지금 손을 들고 선생님께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고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지금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속으로는 내내 이 생각뿐이었지만, 결국 손을 들지 못했다. 아무리 참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방광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급기야 조금씩 오줌을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옷에만 조금씩 번지던 소변 자국이 나중에는 옷을 적셔 뚝뚝 하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친구들이 볼까 싶어 발로 뚝뚝 떨어지는 오줌 방울을 문질러댔다. 그렇게 수업이 끝날 때까지 터져 나오려는 오줌을 가능한 조금씩 내보내기 위해 온몸을 비틀어야 했고, 한 시간여 동안 오줌을 찔끔찔끔 싸서 발로 문질러 대는 일이 계속되었다. 


8살, 고작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그랬을까 싶지만, 2교시가 끝나고 난 후 나는 '앞으로는 절대 이러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이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오줌 참기를 통해 깨우친 셈이다.


그렇게 스스로 다짐한 후, 내 인생에서 그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소변이 마려우면 그 즉시 손을 들고 “선생님! 저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린 후,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소변과 화장실에 얽힌 내 경험은 어떤 일이 생길 때 속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헤아리는 습관을 갖게 해준 것이었다. 살아가면서 정말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속으로 열까지 센 후 하고자 하는 일을 즉시 시행하는 것이었다. 


십여 년 전쯤, 뉴질랜드 여행을 갔다가 번지점프를 한 적이 있었다. 번지점프를 할 때, 아래에는 물이 흐르고 높디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에 무서움이 앞섰다. 그 높이에서 내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면서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였다. 그때도 하나부터 열까지 숫자를 센 후, 바로 번지점프대를 뛰어내렸다. 뛰어내리고 나니, 내가 위에서 느꼈던 무서움은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변해 있었다.

 

필자 : 김영삼

한의학 박사 

인다라한의원 대표원장

경기도한의사회 홍보정보통신 부회장

금호고 재경총동문회 홍보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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