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결정 후,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른 경우 피해 배우자가 불륜 배우자 및 불륜 상대방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피해 배우자가 불륜 상대방만을 피고로 하여 손해배상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①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413조(연대채무의 내용) 수인의 채무자가 채무전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가 있고 채무자 1인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그 의무를 면하게 되는 때에는 그 채무는 연대채무로 한다.
채무자 각자가 그 전부의 손해배상의무를 지고 그 1인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채무를 면하는 점에서 연대채무(민법 제413조)와 같으나, 그들간에는 연대채무에서와 같은 주관적 공동관계가 없는 점에서 연대채무와 구별하여 ‘부진정연대채무’라는 개념을 학설과 법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불륜 배우자와 불륜 상대방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학설과 법원은 이를 대표적인 부진정연대채무로 보고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부진정연대채무로 보는 견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공동불법행위자는 전원의 불법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피해자가 입은 손해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한 공동불법행위자는 나머지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구상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기존 태도에 따른다면, 법원이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불륜 상대방)에 대해 아무런 표시도 없이 손해배상판결을 하면, 피고는 일단 원고(피해 배우자)에게 판결금을 변제한 뒤 전통적 공동불법행위 이론에 따라 원고의 배우자(불륜 배우자)에게 그 사람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상하게 되어, 이중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불륜 배우자와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불륜 상대방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은 혼인관계의 지속 여부와 구상관계 등을 고려해 불륜 상대방이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서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의 남편인 B는 2020년 9월 인터넷에서 알게 된 여성 C와 만남을 가진 뒤 불륜관계를 이어갔다. 자녀들과 미국에 거주하던 A는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 2021년 6월 경 귀국한 뒤 C를 상대로 "위자료로 5000만 원을 달라"는 취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은 A가 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C는 A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2021가단5161692).
재판부는 "C는 B가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A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해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 원칙적으로 C는 B와 함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부진정 연대채무자로서 A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손해액 전부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A는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인 B와 현재까지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제3자인 C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는데,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내부적 부담부분에 따른 C의 책임범위에 한정하는 일부 청구의 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C와 B의 부정행위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C로 하여금 B의 부담부분까지를 포함한 전체 위자료 손해를 배상하게 한다면, C로서는 일단 그 손해를 배상하고 나서 다시 원고의 배우자인 B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상하게 되는데, 이는 부부의 신분상·생활상의 일체성을 간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부부공동생활의 조속한 회복과 안정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되고, 손해배상이나 구상관계를 일거에 해결하거나 분쟁을 1회에 처리할 수도 없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부정행위의 상대방인 제3자만을 피고로 해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내부적 부담부분에 따른 책임의 범위에 한정하는 일부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원고가 입은 전체 정신적 손해액 중 피고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위자료 액수만의 지급을 명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근본취지와 형평의 원칙에 비춰 타당하다"고 보아,
“C와 B의 부정행위로 A가 입은 전체 정신적 손해액 중 C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위자료 액수만 지급을 명하기로 한다.
A와 B의 혼인기간과 가족관계, 부정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및 기간, 부부공동생활에 미친 악영향의 정도, 부정행위가 발각된 이후의 태도 및 정황, 이 사건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제3자인 C보다 A의 배우자인 B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 점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면, C는 A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 C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위 판결에서 주의하여 살펴야 할 점은,
첫째, "원칙적으로 C는 B와 함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부진정 연대채무자로서 A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손해액 전부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점,
둘째, "C와 B의 부정행위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C로 하여금 B의 부담부분까지를 포함한 전체 위자료 손해를 배상하게 한다면, C로서는 일단 그 손해를 배상하고 나서 다시 원고의 배우자인 B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상하게 되는데, 이는 부부의 신분상·생활상의 일체성을 간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부부공동생활의 조속한 회복과 안정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되고, 손해배상이나 구상관계를 일거에 해결하거나 분쟁을 1회에 처리할 수도 없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셋째,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부정행위의 상대방인 제3자만을 피고로 해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원고가 입은 전체 정신적 손해액 중 피고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위자료 액수만의 지급을 명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근본취지와 형평의 원칙에 비춰 타당하다"는 점을 논거로,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1,000만원으로 한정하였다는 것입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는 이혼을 전제하지 않고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가능해졌기에, 배우자의 불륜으로 피해를 입은 배우자가 혼인관계는 유지하면서 불륜 상대방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위 판결은 전통적 공동불법행위 이론을 수정한 최초의 법원 판결로, 불륜으로 인한 공동불법행위 가운데 불륜 상대방인 피고가 부담하는 부분만을 한정해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는 부부공동생활의 조속한 회복과 공동불법행위자간 구상 관계 등 관련 법률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이로 대표변호사 박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