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한의사회, 제4회 역대의가 재조명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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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치의학’의 창시자인 어의 전순의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재조명하고, 이를 계승·발전해 나가기 위한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경기도한의사회(회장 윤성찬)는 지난 26일 경기도교통연수원 소강당에서 ‘조선 식치의학의 창시자 전순의 선생의 생애와 업적’이란 주제로 제4회 역대의가 재조명 세미나를 열었다.
경기도한의사회와 한국의사학회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재개되며,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윤성찬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우리 한의계의 의학 이론을 정립해 주셨던 선배들에 대해 재조명하는 것은 매우 큰 의의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올해 경기도한의사회 창립 80주년기념 제4회 역대의가 세미나의 주제는 조선의 3대 의서 중 하나인 ‘의방유취’ 저술에 참여하고, 식치이론을 정립한 전순의 선생에 대한 연구 발표로 정했다”며 “전순의 선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온실이라는 17세기 독일 ‘하이델베르크’ 온실보다 무려 2세기를 앞서 세계최초의 온실건축공법을 기록한 ‘산가요록’의 저자이자 ‘천재 의학자’”라고 소개했다.
또한, “전순의 선생은 현재 우리나라 약선음식전문가들 사이에서 ‘의성’으로 존경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생애와 업적을 연구해 온 저명한 의사학 교수님들과 연구자들의 발표를 통해 그의 업적과 가치에 대해 관심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직도 일본에 보관되어있는 ‘의방유취 반환운동’에 한의사들이 앞장서서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 덧붙였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박사는 ‘세종어의(御醫) 전순의 생애와 의학’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안 박사에 따르면 전순의는 세종시대 태평성세를 이끈 최고의 의관이자 과학자였으며, 침구학에도 발군의 저술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음식과 요리에도 뛰어난 안목을 지닌 전문가였다. 세종·문종·단종·세조 4조의 어의(御醫)로 활약한 그는 ‘의방유취(醫方類聚)’ 편찬에 의관으로서 참여해 1445년 365권의 방대한 의학전서가 완성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동의보감의 태동에 모태가 된 의방유취는 세종대왕이 우리 조선의 자주적 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164종의 고전 의학 서적들을 집대성한 동양 최대의 '의학 대백과 사전'으로 일반 이론과 함께 진단법, 처방법 그리고 95가지의 질병 증상과 처방 등을 정리해 놓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서다.
보물 1234호인 의방유취는 1592년 임진왜란 중 왜군의 선봉장인 카토 키요마사에 의해 약탈당해 현재 일본 왕실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1876년 일본인 의사인 '기타무라'가 전해 준 필사본 1질만이 존재한다.
안 박사는 이에 대해 “한국 음식문화의 원형이 수록돼 있으며 조선 최대의 의학지식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당대 최고의 신지식 융합 의술서”라며 “역사의 아픔으로 새겨진 빼앗긴 조선의 보물”이라고 강조했다.
전순의는 세조 6년(1460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식의서(食醫書)이자 가장 오래된 식이요법서 식료찬요(食療纂要)를 편찬했다. ‘식료’는 음식으로 질병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식치(食治)’와 같은 개념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담았다.
안상우 박사는 이날, 피로 회복을 위한 '인삼속미음(人蔘粟米飮)'과 소아 비위허약 개선을 위한 '계란 떡볶이(鷄子索餠方)' 등 전순의의 조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순의는 1445년에는 침구택일편집(針灸擇日編集)을 편찬해 침구동인(鍼灸銅人)의 주조와 전문의학론을 확립을 꾀했다.
침구택일편집을 통해 용약, 제약, 진상 등에 대한 전문법 제정 각별입법(各別立法), 각립전문(各立專門), 침구전문의 양성 건의 전문분과 설정에 기여했으며 침구동인을 주조해 점혈(點穴)법을 학습하게 했으며 의원취재법 강화를 제안했다. 또, 성인·부인·소아로 나누고 내과·외과·치과·이비인후과·안과·침구과 등 모든 전문 분과를 두어 의학발전을 도모했다.
안상우 박사는 “앞서 일본 대마도의 승(僧) 숭태(崇泰)에게 의술을 가르쳤다거나 세계적으로 우수한 조선의 침법을 일본 시코쿠(四国)로 건너가 승려들에 전수해 이를 통해 나가사키로 전파됐다는 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일찍이 국제 학술교류에도 힘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유추했다.
이어 의방유취에 적힌 ‘천지수인이변(天地隨人而變)’문구를 인용해 “‘하늘과 땅이 사람을 따라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면 모든 사회의 기운이 움직인다”며 “해외에 빼앗긴 우리의 문화유산을 되찾아 오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 김홍균 소장은 풍한(風寒)과 전순의라는 주제 발표에서 “풍한은 풍사(風邪)와 한사(寒邪)가 겹친 것을 말한다. 풍한에 관한 이야기는 한의학이 존재하는 수천 년 전부터 이어온 우리말로, 전순의는 풍과 한에 ‘상한’이라는 말을 끼워 넣어 ‘한’과 ‘상한’의 구분점이 모호했던 것을 확실한 선을 그어 타개하고자 노력해 후대에 '의림촬요'와 '동의보감' 을 위시한 우리나라의 여러 의서에서 풍한의 관점이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명과 역사의 구분 점은 도구와 기술로 나뉜다. 훌륭한 문화와 의술이 있음에도 일제강점기로 인해 의술과 문명이 짓밟혔다”며 “현재는 우리의 도구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체온계, 혈압계, 메리디안, 혈액검사 등 현대의 도구를 활용해 풍한을 이해할 수 있어 이에 대해 젊은 한의사들이 전순의 선생의 이론과 정신을 이어 받아 계승·발전시키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경희대학교 의사학교실 김남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 천안 전씨 전세환 중앙종친회장은 “천안 전 씨는 백제개국십제공신 전섭의 후손으로, 고려시대 역사에는 김 씨로 기록되어있는 경우도 있어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이에 사실관계 증명을 위한 단서를 찾고 있다. 앞으로 우리 집안에서도 역사적 연구활동을 지속해 한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명대 한의과대학 국수호 교수는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높이 평가된 이유는 사장된 지식이 아닌 현재, 우리 한의사들이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전순의 선생의 의방유취가 세계적인 유산이 되기 위해 한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한의사회는 지난 2014년부터 '역대의가제조명세미나'를 개최해 △제1회 ‘정조어의 강명길!’ △제2회 ‘청강의감’의 저자 “청강 김영훈(晴崗 金永勳) 선생님의 생애와 업적” △제3회 ‘소애(小涯) 맹화섭 선생’의 생애와 업적 등을 재조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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