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 '푸른 산호초'에서 '단장의 미아리고개'까지. 국경을 넘는 디지털 시대의 음악 저작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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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푸른 산호초'에서 '단장의 미아리고개'까지. 국경을 넘는 디지털 시대의 음악 저작권 분쟁

기사입력 2024.07.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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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의 팬미팅 공연에서 멤버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가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44년 전 일본 노래가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레트로 열풍을 넘어 음악 저작권의 역사적 변천과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1980년대 LP와 카세트테이프에서 CD, 그리고 현재는 유튜브를 통한 '전송'으로 이어지는 음악 매체의 진화는 저작권법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둘러싼 저작권 소송은 디지털 시대의 국제 저작권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저작권 침해 주장을 넘어서, 글로벌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보호와 법적 관할권의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고 이재호 작곡가의 아들 이범수 씨가 유명 가수들과 방송사, 음원 업체 등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입니다. 소송 대상은 유튜브에 게시된 '커버곡' 영상과 VOD 서비스로 제공되는 드라마 음악입니다. 이범수 씨는 2001년 미국 저작권협회에 아버지의 125곡을 등록했으며, 이 저작권이 2030년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장의 미아리고개', '나그네 설움', '불효자는 웁니다', '번지없는 주막' 등 해방 전후 수많은 명곡들이 소송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 사건의 배경을 살펴보면, 2019TV조선 '미스 트롯' 프로그램에서 가수 송가인이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불러 큰 화제가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트로트 열풍과 함께 이재호 작곡가의 곡들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저작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송의 진행 경과를 살펴보면, 20222월 이범수 씨는 첫 번째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인적 관할권 부족'으로 각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202312월 유사한 취지의 두 번째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의 국제적 유통에 따른 저작권 보호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미국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소송 관할권을 가지는지 여부입니다. 피고들은 주요 시청자가 한국인이며, 서비스가 한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들어 미국 법원의 관할권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의 국제적 유통이 일상화된 현 시대에 매우 중요한 법적 문제를 제기합니다.

 

법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은 '실질적 연관성'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비록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서 접근 가능하다 하더라도, 콘텐츠의 주된 목적과 대상 시청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법원이 관할권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더불어 이 사건은 국제 저작권법의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저작권이 소멸된 작품이 미국에서는 여전히 보호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각국의 저작권법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저작자 사후 50년까지 저작권을 보호하지만, 미국은 작품 발표 후 최대 95년까지 보호하는 등 국가별로 저작권 보호 기간이 상이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국경을 초월하여 유통되는 현실에서, 각국의 상이한 저작권법을 어떻게 조화롭게 적용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저작권 보호와 문화의 자유로운 향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번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자면, 이전 판결의 논리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미국 법원은 다시 한 번 관할권 부족을 이유로 소송을 각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히 한 건의 소송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향후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국제 저작권법의 발전과 조화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 것입니다. 각국의 문화적 특수성과 법적 체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저작권 보호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는 앞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단장의 미아리고개' 소송은 단순한 저작권 분쟁을 넘어서, 글로벌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보다 유연하고 효과적인 저작권 보호 체계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문화의 자유로운 향유와 창작자의 권리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며, 이는 앞으로의 문화 발전과 창작 활동 촉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박병규이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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