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이나 백신 접종 이후 “냄새를 맡기 어렵다”거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자도 자도 피곤하다”,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맑지 않다”, “마른기침이 지속된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후각 상실은 대표적인 롱 코비드(Long Covid·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증상의 하나로 대부분의 경우 미각 소실을 동반한다. 우리가 정상적으로 냄새를 맡기 위해서는 ▲냄새 입자가 순조롭게 비강을 통과해야 하고 ▲콧속에 있던 분비물에 입자가 녹아들어 중비갑개부터 상비갑개 부근에 위치한 후각세포를 흥분시켜야 하며 ▲후각신경(CN1·제1 뇌신경)을 따라 자극원에 대한 정보가 뇌에 잘 전달돼야 한다.
후각신경(세포)은 정상이나 냄새가 후각세포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전도성 장애’라고 부른다.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부비동염(축농증), 비(鼻)용종, 비(鼻)종양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후각신경에 문제가 생겨 후각을 상실하는 경우를 ‘감각 신경성 장애’라 부르며 바이러스 감염, 두부외상, 방사선치료,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후각 상실은 전도성 장애에 해당해 냄새 입자가 후각신경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는 원인을 제거하면 자연스레 해결된다. 부비동염이 원인이라면 꽉 찬 콧물을 빼주고 비(鼻)용종이 꽉 들어찬 것이 원인이라면 이를 제거하는 처치 등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후각 상실은‘감각 신경성 후각장애에 해당하며 이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치료 방법이 정립된 바 없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후각도 돌아오지만 해당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경우 후각 재활훈련이 도움이 된다. 이는 후각세포를 자극하고 뇌의 후각 처리 능력 향상을 돕기 위한 훈련으로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3~5가지 냄새를 준비한다. 이때 되도록 본인에게 익숙한 냄새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냄새를 15~20초간 집중해 맡는다. ▲다음 냄새를 맡기 전 10초가량의 휴식을 취한다. ▲이 과정을 하루에 두 번 이상 반복한다.
이러한 후각 재활훈련과 후각신경의 재생을 촉진하고 후각상피의 염증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한약·침·뜸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적절한 한약 치료는 비강 점막의 부종 완화와 후각 신경 세포의 재생을 돕는다. 비강 내·외부 자침, 비강 점막에 항염 효과를 가진 증류액 도포를 통해 국소적인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여타 다른 신경과는 달리 후각 신경은 가소성(neuroplasticity)이 있어 손상됐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회복의 여지가 있으므로 초기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후각신경의 회복은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최소 3개월 이상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 충분한 휴식, 균형 잡힌 식단, 적절한 운동, 높은 수면의 질 확보를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후각 상실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단과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위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