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타인의 글을 무단으로 가져다 자신이 쓴 것처럼 올리는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로 원저작자의 사회적 평판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저작인격권 침해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죄의 성립 요건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A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47회에 걸쳐 기계 공학 박사인 피해자 B가 작성한 글을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혐의를 받았고,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 침해', '저작자 허위표시 공표', '저작인격권 침해' 등 총 3개의 저작권법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벌금 700만 원을, 2심 법원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1,2 심 법원은 복제권등 침해와 저작자 허위표시 공표는 유죄로 의견이 같았지만 저작인격권 침해 부분에서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저작인격권 침해죄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원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인정되는데, 1심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 법원은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형사1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020도10180).
재판부는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는 '해당 행위로 저작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한다. 다만 침해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침해행위의 내용과 방식, 침해의 정도, 저작자의 저작물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저작자의 사회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행위인지를 살펴야 한다"
"피고인이 게시한 저작물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마치 피고인의 저작물처럼 인식될 수 있어, 피해자로서는 진정한 저작자가 맞는지, 기존에 저작물을 통해 얻은 사회적 평판이 과연 정당하게 형성된 것인지 의심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
"저작자인 피해자의 전문성이나 식견 등에 대한 신망이 저하될 위험도 없지 않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함으로써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의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저작인격권 침해죄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행위로 저작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위험이 있으면' 범죄가 성립한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판단요소로 침해행위의 경위, 내용과 방식, 침해의 정도, 저작물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둘째,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보호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타인의 저작물 도용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함을 명확히 함으로써, 온라인상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셋째,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 보호를 강화했습니다. 저작물에 대한 경제적 이익 침해뿐만 아니라, 저작자의 명예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함을 인정한 것입니다.
본 변호사는, 위 대법원 판결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상적인 SNS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미한 저작권 침해와 형사처벌이 필요한 중대한 침해를 구분하는 보다 세밀한 기준이 후속 판결을 통해 구체화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저작권법의 궁극적 목적이 창작 활동의 진흥에 있는 만큼, 과도한 형사처벌로 인해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창작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법 해석과 적용이 요구된다 할 것입니다.
이 판결을 접하는 독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SNS에서 타인의 글을 공유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퍼온 글입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원저작자와 출처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타인의 글을 인용할 때는 자신의 의견이나 해석을 덧붙이는 등 '창작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단순한 복사, 붙여넣기와 구별되는 합법적인 인용의 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전문적인 지식이나 학술적 내용을 담은 글의 경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보듯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저작물의 무단 도용은 저작자의 사회적 평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의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SNS 활동을 한다면, 저작권 침해로 인한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