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한의원 대표원장 신윤종
한의사가 되고 나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한의대에서 준비하던 것과 실제 진료 현장에서 경험하는 어려움 사이에 꽤 깊은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한의대 입학 전에는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분위기를 온전히 짐작하기 어려운 것처럼, 한의사가 되기 전에는 진료 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난관을 미리 알기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환자와의 의사소통이다. 의료는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기에,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진료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선 진단의 출발점인 문진부터가 쉽지 않다. 환자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무척 중요하다. 적절하게 문답을 이끌어가지 못한다면, 진단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개인적 사연을 장황하게 듣게 될 수도 있다. 자연스럽고 기분 나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요즘 환자들은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본인의 질환에 대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내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환자가 가져오는 정보 중 대다수는 사실과 다르거나, 혹은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게 적용한 것들이다. 인터넷에서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믿기도 하고, 타인의 질환 사례를 곧바로 본인에게 대입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기관에서 정보를 받았더라도,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의 생각을 무턱대고 부정하면 신뢰관계 형성이 어려울 수 있다. 반감을 사지 않고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환자의 언어로 풀어 설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설명을 환자의 언어로 풀어내려는 과정이 오히려 내 이해를 더 단단하게 만들 때가 많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마도 치료 후 피드백을 해석하는 일일 것이다. 많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 변화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기대만큼 빨리 호전되지 않으면 증상 악화를 크게 느끼고, 오히려 몸이 실제로 좋아지고 있어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여러 치료를 병행할 경우에는 어느 치료 덕분에 나아졌는지 환자 스스로 임의로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환자는 매우 협조적이지만, 때로는 호전은 본인 덕이고 악화는 병원 때문이라는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분들도 있다.
예전에는 이런 부분까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방향을 조금 바꿨다. 환자의 인식을 교정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내가 계획한 치료 흐름대로 증상이 개선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환자와의 인식 차이를 완벽히 조율하는 것보다, 치료 자체의 일관성과 논리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상에서 환자와의 의사소통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그렇다면 피하기보다, 이를 스스로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 편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표현 하나를 고치는 과정, 설명을 다듬는 과정, 환자의 이해 수준에 맞춰 비유를 찾는 과정은 쌓이고 쌓여 더 나은 진료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각자의 진료실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모든 원장님들께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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