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진료 유감(遺憾)

기사입력 2017.09.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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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지난달에 자동차 면허를 땄다.  

도로주행시험 전 날 코스를 미리 익히게 한다고 부부가 총출동하여 과외(?)를 하였다. 물론 운전은 아내가 하고 아직은 무면허인 딸이 조수석에 앉았다. 나는 뒷좌석에 앉아 잔소리 몇 마디 해 준 대가로 돼지갈비를 저녁으로 얻어먹고 기분이 최고였다. 

대학생인 딸은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만큼 스케줄이 빡빡하다. 외식이라도 같이 한번 하려면 몇 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어찌나 황송한지 계산은 내가 했지만 얻어먹은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근심이 하나 생겼다. 

혹시 딸아이가 왕초보라서 교통사고를 내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과연 딸은 양보 없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용감하게 차선을 바꾸어 집을 찾아올 수 있을까?  
30여 년 전에 내가 다녔던 당시 학원 강사의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운전은 물이 흘러가는 거와 같아서 다른 차들이 빨리 달리면 같이 속도를 맞춰줘야 합니다. 그게 운전 매너입니다.” 운전은 서로를 잘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해 못할 가르침은 아니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뭐든지 ‘속도전’이었으니까.
지금은 규정 속도를 잘 지키는 것이 장땡이다. 
딸의 건투를 빈다. 


8월 7일판 국민일보 기사의 한 대목이다. 

A씨는 2009년 9월 사흘 정도만 입원해도 될 치료를 장기간 입원치료로 위장해 부산 사상구의 한 병원에 24일간 입원한 뒤 퇴원했다.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2월 말까지 병원 22곳을 돌며 828일 동안 45차례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했다. 이 기간 A씨가 보험회사 4곳에서 챙긴 보험금은 1억3000여 만원이다.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667541&code=61121211&cp=nv

이제는 이런 사건이 일상이라 뉴스 측에 끼지도 않는다. 

이 정도의 보험사기 사건이 성립하려면 나이롱환자, 그리고 병원 사무장, 사기진단서를 발급해주는 의사, 그리고 간혹 보험회사 직원도 연루된다.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자동차보험 환자가 있다. 

한약을 지어내라고 생떼를 부렸던 모녀 환자가 그 주인공이다.  
환자복을 입고 와서는 보자마자 자동차보험에 관련된 처방 대신 자기 몸에 맞는 한약을 지어내라고 요구하는 당당한 표정. 이어 전화로 보험회사 담당 직원의 짜증을 들어야 했다. 보험회사의 ‘진상고객’되시겠다.  

대기실에서 보험회사 직원을 겁박하는 환자의 고성을 들어야 했고, 나는 기분이 상하여 진료를 거절했다. 다른 곳에 가서 다투시라고 밖으로 쫒아내니 이내 평화가 찾아왔다.  
다른 동료 한의사들도 한번쯤은 겪었을 만한 스토리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자동차보험 환자가 내원하게 되면 괜히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다음은 캐나다에 사는 ‘마리아’라는 이름의 고상한 할머니 얘기다. 

예전에 ‘기러기아빠’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유학을 보내고 가장이 매달 유학자금을 보내던 시절. 나도 ‘고독에 몸부림치는’ 기러기아빠의 생활을 했었다.  

아내의 그림 선생님이었던 그 할머니를 딱 한번 뵌 적이 있다. 머리카락이 온통 은빛으로, 곱게 늙으신 분이셨다. 

하루는 할머니에게 자동차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가 댁으로 문병을 갔다. 가서 보니 한 쪽 가슴에 멍 자국이 크게 있는 부상인데도 왜 병원에 계시지 않고 댁에 계신지 물어봤다. 대답은 “조금 불편해도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동차사고는 아마도 가벼운 접촉사고가 대부분일 것이다. 

방사선진단 소견이 정상이라 해도, 겉으로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서서히 여기저기 많이 아픈 경우가 아주 흔하다. 이런 경우 진단 기준이 모호하다. 이 말의 뜻은 환자의 호소 정도에 따라 진료 수위가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뒤집어 보자면 나이롱 환자와 과잉진료는 단짝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암묵적인 카르텔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나중에 합의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 병원에 입원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도 있는 모양이다. 미리 알 필요는 없다. 사고 나면 옆 환자가 친절하게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어떤 사람이 가벼운 추돌사고로 목이 약간 뻐근한 정도의 부상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먹고 살기가 바빠서 병원 가서 드러누울 시간이 없다고 하자. 한국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대처하면 ‘요령 없는 인간’, ‘답이 없는 인간’으로 바보 취급받기 십상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실손보험’ 쪽은 더 가관이다. 
사회 풍조가 그러하니 그렇다고 치자.  

‘운전’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다. 

그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구성원이 모여서 만든 것이 ‘교통법규‘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개인들이지만 ‘합의를 통한 질서’안에서 서로 믿고, 안심하고 사는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다. 이런 관계적 측면에서 운전이나 의료서비스는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런 ‘보험사기 공화국’ 같은 사회적 현상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자동차보험 재정이 고갈되어 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문제점은 여기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민다. 

바로 ‘의료서비스의 왜곡’이다. 

나이롱 환자가 많아지면 환자의 말을 믿기가 어렵게 된다. 

보험회사 직원이나 손해 사정인만 환자의 호소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의사와 환자 간에 서로 못 믿는 구조가 보이지 않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진실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는 적절한 진료, 충분한 보상 차원에서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게 된다. 고통스럽지만 이게 현실이다.  

여기에 과잉 진료을 해서라도 한 몫을 벌어보겠다는 의료인이 가세한다면 공동체의 피해는 감당하기 어렵다. 의료와 법률서비스는 공공 서비스의 성격이 강하다. 다른 서비스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호 불신은 공동체를 곪게 만든다.    

 
글을 마치면서 독자들께 당부의 말을 드린다. 

자동차사고 환자들을 위하여 열심히 진료하는 양심적인 한의사들이 많다는 점을 알려드린다. 
한방의 자동차보험 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발표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문성철 원장_P copy.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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