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한의학과 정재욱
수업 시간에 우연히 보게 된 친구의 귓바퀴. 작고 뾰족한 금속이 귓속 깊숙한 곳을 뚫고 있었다. ‘저 부위는 아플 텐데...’ 하고 생각한 순간, 문득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이침(耳鍼).
시험 기간의 한의대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필자는 친구의 귀를 보며 머릿속에서 경혈 지도가 떠오른다. 귀에 놓는 침 치료, 이침 요법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혹시 저 피어싱도 뭔가 자극하고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피어싱, 귀걸이와 같은 장신구는 경혈 자극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귀걸이는 정말 이침과 같이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조사하던 중, 비슷한 내용의 ‘다이스 피어싱’을 주제로 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다이스 피어싱’이란 이륜의 이갑개 부위를 뚫는 피어싱 방식으로, 편두통의 치료법으로 인기를 끈 바가 있었다.
2023년 9월, 스위스의 한 연구진은 ‘편두통 및 긴장형 두통 치료를 위한 다이스 피어싱’의 연구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문헌 리뷰 형식의 연구를 진행했다. Pubmed와 CNKI(China National Knowledge Infrastructure) database에서 ‘다이스 피어싱’, ‘이침’, ‘두통’, ‘침’의 검색어를 사용해 문헌 리뷰를 진행했으며, 1개의 후향적 연구와 3개의 증례보고를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분석된 모든 사례 연구와 후향적 연구에서 환자들은 다이스 피어싱 직후 통증이 크게 감소했다고 보고했지만, 두통 증상은 몇 주에서 몇 달 후에 재발했음을 알 수 있었다. 통증의 경감에서는 효과를 보였지만, 질환의 완치에는 효과를 보이지 못한 것이다. 또한 논문은 편두통 완화의 가능성은 제시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우리는 위 논문을 통해 ‘피어싱이 경혈 자극만큼의 효과를 가진다.’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피어싱이나 귀걸이가 간접적인 이침 자극의 효과를 가질 수도 있겠군,’이라는 짐작은 해볼 수 있다. 특히 미주신경과 연관이 깊은 ‘다이스 피어싱’의 경우엔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다이스 피어싱은 시술 시 다른 피어싱 시술의 통증보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귀에 위치한 미주신경이 자극되기 때문이며, 미주신경의 자극을 통해 여러 질환을 해결하는 이침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다이스 피어싱의 자극점은 이침의 이륜각 주위 혈자리에 해당한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해당 이침의 혈자리인 구(口), 식도(食道), 분문(賁門), 위(胃), 십이지장(十二指腸), 소장(小腸)은 대부분 소화기에 효과를 보이는 혈자리인 것에 비해, 논문의 내용은 두통 관련 연구였다는 것이다. 피어싱과 관련해 소화기 질환을 연구한 논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두통을 치료하려 피어싱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은 그리 현명한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할 것이다. 만약 마침 피어싱이 하고 싶은데, 편두통이 있는 사람이라면 권장해 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한의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비침습적인, 혹은 침습적인 경혈의 지속적인 자극’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건강에 효과를 미칠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Daith Piercing in a Case of Chronic Migraine: A Possible Vagal Mod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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