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 이나영
이번 학기 병리학을 공부하며 외감병인 중 육음을 배우게 되었다. 한의학 개론 시간에도 나온 내용이었지만, 당시에는 개념이 추상적으로 느껴져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병리학 시간에 육음에 대해 배우며 풍사가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면서 이해가 한결 쉬워졌다. 그래서 이를 공유하고자 이번 주제로 풍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풍은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기가 움직이고 흔들리는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풍을 다양하게 분류해 왔지만, 현재는 크게 외풍(外風)과 내풍(內風)으로 구별한다. ‘한의병리학’ 교재에 따르면 외풍은 육음에서의 풍으로, 정기가 허할 때 밖에서 기표를 통하여 들어간 바람이 전형적인 감모를 일으키는 경우이다. 주로 營衛分을 상하고 肺臟과 관련이 있다. 내풍은 내생오사에서의 풍으로, 체내의 양기가 항역변동하여 동요(動搖), 현훈(眩暈. 어지러운 증상), 추축(抽搐. 강직성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병기상태로 풍기내동(風氣內動)이라고도 한다. 주로 肝臟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風의 本質과 醫學에서의 運用에 關한 考察’에 의하면 中國哲學에서는 형태의 유사성을 통하여 기의 개념이 처음에는 발생한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논문에서는 바람이 불어올 때 바람이라는 존재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뭇잎이 흔들리는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바람의 존재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변화하는 현상들을 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하였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명확하게 작용’하는 풍의 특성이 풍사의 발병 특징에도 반영되었다.
풍사의 발병 특징으로는 크게 5가지가 있다. 먼저 자연계에서 풍은 경양(輕揚)의 특성이 있다. 이는 가벼우면서 위로 날린다는 뜻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풍사는 인체의 양적인 부위, 즉 기표 및 상부를 먼저 침범한다. 그래서 상부의 질병, 특히 폐를 침범하여 질병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병증으로 목이 가려우며 기침 가래가 있는 호흡기 질환인 인양해수(咽痒咳嗽)가 있다. 또한 콧물이 흐르는 비생류체(鼻生流涕) 등 땀구멍이 열리는 개설(開泄) 증상이 동반되어 호흡기 질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두훈두통(頭暈頭痛), 구안와사(口眼喎斜) 등 인체 상부에서 나타나는 병증도 나타난다.
다음으로 자연계에서 풍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善行) 자주 변하는(數變) 특성이 있다. 그래서 선행(善行)으로 인하여 병위가 비고정적이고, 삭변(數變)으로 인하여 발병 및 증상이 급하며 변화가 많은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병증으로 행비(行痺)와 풍진(風疹)이 있다. 행비(行痺)는 관절의 염증의 위치가 변화(생겼다가 없어지고, 다른 부위로 감)가 나타나는 등 병위의 변동이 많은 병증이다. 풍진(風疹)은 두드러기와 같은 급성 피부질환이다. 두드러기 발생 위치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순식간에 전신에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계속 가렵다가 몇 분 만에 멈추는 등 증상의 지속성 역시 일정하지 않고 변화가 많다.
풍의 이동성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또 다른 특성이 있다. 황제내경에서는 풍을 백병지시(百病之始) 혹은 백병지장(百病之長)이라고 표현했다. ‘한의병리학’ 교재에 따르면 백병지시(百病之始)는 풍이 많은 병의 시초이며, 풍이 다른 기를 동요시켜 기기의 안정과 조화를 깨는 것을 의미한다. 백병지장(百病之長)은 풍이 다른 사기를 동요시키면서, 그러한 사기를 동반하여 빠르고 맹렬하게 질병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그래서 풍한(風寒), 풍열(風熱), 풍습(風濕) 등의 병증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풍은 자연계에서 動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때의 動은 움직인다기보다는 흔든다의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풍사는 빙빙 도는 듯하거나 흔들리는 듯한 증상을 유발한다. 또한 움직임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動하는 성질에 의해 유발된다. 대표적인 병증으로 현훈(眩暈), 지마불인(肢麻不仁), 추축(抽搐)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오행상 풍은 간과 상응한다. 그렇기에 풍사가 인체에서 내생하면 간풍내동(肝風內動)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풍내동의 병기에는 열사(熱邪)가 간을 동요하게 만드는 열극생풍(熱極生風), 원인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현대의 중풍 증상을 나타내는 간양화풍(肝陽化風), 혈허생풍(血虛生風), 마지막으로 열로 인하여 음분(陰分)이 상하여 나타나는 음허풍동(陰虛風動)이 있다. 공통적으로 오행상 간에 해당하는 근(筋)에 영향을 끼쳐 추축(抽搐), 허성유동(虛性蠕動) 등의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현대의학에서는 풍증을 어떻게 나타낼까? 현대의학에서는 외부 미생물에 의한 급격한 증상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를 풍증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신체 전반에 급격하게 병이 발생하고, 말초신경까지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강직 장애 또한 풍증으로 보기도 한다.
이처럼 풍사는 단순히 바람이 아닌 자연계에서 바람의 성질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 사기를 의미함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성질이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특정한 병증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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