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 보건소 고윤근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하며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일부 공보의는 주말이나 야간 시간을 활용해 LEET(법학적성시험)를 준비하고, 복무를 마친 뒤 실제 로스쿨에 진학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모집요강에 명시적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군복무자는 전역 후에만 지원 가능하다’는 자의적 해석을 적용해 지원 자체를 배제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병역법상 보장된 학업권과 헌법상 교육기회의 평등 원칙에 반하며, 국가를 위해 복무 중인 청년들에게 또 다른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군복무자 역시 자유롭게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준과 절차의 명확화가 시급하다.
2024년 10월 <연합뉴스> ‘[OK!제보] 규정도 없이 “군 복무자 NO!”… 헌법도 무시한 명문대 로스쿨’ 보도는 이 문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보도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 A씨는 2025학년도 서강대 로스쿨에 지원했으나, 접수 직후 입학처 팀장으로부터 “병역법상 군 복무자는 전역 후에만 지원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원서가 거절됐다. 그러나 실제 모집요강에는 군복무자 제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서강대 측은 “명시된 규정이 없으니 내부 관례를 따랐다”고 입장을 바꿨다.
문제는, 로스쿨 입시는 ‘가·나군’ 체제로 구성되어 한 사람당 각각 1교씩 총 2곳밖에 지원할 수 없다. A씨는 가군과 나군 모두에 서강대를 지원한 상태였고, 접수 후에는 타 로스쿨로 번복 지원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내부 관례’라는 이유로 법적 지원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 보도에 따르면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로스쿨들은 ‘개강 전 제대하지 못하면 지원 불가’라는 규정을 운영하며 현역 군인의 지원 자체를 막았다. 반면, 일반대학 입시나 국가고시는 병역의무자에게 합격 후 복학을 보장하며, 심지어 군 복무 중 수능 응시도 허용된다. 오직 로스쿨만이 유독 병역자를 입시의 첫 관문에서부터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2025학년도 서강대 로스쿨 입시요강에는 군복무자 제한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입학처는 내부 규정을 이유로 원서 접수를 거절했다. 더 나아가, 학교 관계자는 “군 복무자가 로스쿨에 입학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국회의원이나 병무청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례’라는 비공식 기준에, ‘윗선 눈치’까지 작동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법적으로도 정면 충돌한다. 병역법 제73조는 군 복무 중인 학생의 학업권을 보장하며, 입영 시 즉시 휴학 처리 후 복학을 허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강대의 조치는 이 조항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셈이다. 교육부는 “입학 전형은 대학 자율”이라며 서강대 측 입장을 두둔했지만, 이는 병역법의 상위법적 정신과도 모순된다.
실제로 취재 결과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고려할 요소가 많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고 한다.


<제보 사진>
문제는 또 있다. 다수 로스쿨은 ‘신입생이 군 복무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첫 학기 휴학 가능’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입학 이후엔 군 휴학이 가능하지만, 입학 전에는 군 복무 중이라는 이유로 지원조차 허용하지 않는 이율배반적 구조다. A씨는 “다른 학교는 입학 후 군휴학을 허용했는데, 서강대만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입학 시점에만 집착한 이 행정 해석은 위헌 소지도 있다.
헌법 제31조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제39조는 병역으로 인한 불이익 금지를, 제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서강대 사례는 이 모든 조항의 정신과 충돌한다. A씨는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이 정작 법의 기본 가치를 어긴다”고 비판했다.
윤리적 문제도 심각하다. 누구보다 공익을 위해 복무 중인 사람이, 정작 국가가 보장한 기회에서 소외된다면 이는 명백한 사회적 불의다. 사건 발생 이후 서강대는 지원 마감일인 2024년 9월 27일에 급히 입학위원회를 열어 A씨의 원서 접수를 허용했다고 알려졌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취재 결과 지금까지 서강대는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고, 작년 10월 A씨가 제기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2025년 4월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제보 사진>
이번 사건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로스쿨 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요구하는 사례다. 첫째, 교육부는 모든 로스쿨이 병역자의 지원 가능 여부를 명확히 명시하도록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각 대학은 병역자의 첫 학기 휴학을 보장하는 학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셋째, 서강대는 이 사안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넷째, 인권위와 교육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적극적 조사와 권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의무를 다한 이들이 오히려 차별받는 구조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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