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한의학의 心生血, 비과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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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心生血, 비과학일까

기사입력 2025.07.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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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대창면 보건지소, 한방공중보건의, 조우현

 

<황제내경 소문 陰陽應象大論篇>에는 心生血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심장이 피를 생성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해부생리학에 따르면 심장은 혈액을 펌프질하여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장기이지 혈액을 만드는 기관은 아니다. 단순히 한의학의 비과학적인 면모에 불과할까.

 

은 오행 중 에 배속되며, 赤色 또한 에 해당한다. 피는 붉기에 이며 또한 에 속하니, 이런 오행 논리에 의해 心生血이라는 말이 탄생한 걸까? 오행의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오행 논리가 心生血이라는 구절이 만들어진 이유의 전부라면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다행히도 心生血 뒤에는 다른 논리가 숨어있다.

 

동의보감 血門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陰血生於水穀이다. 음혈은 수곡, 곧 음식으로부터 생긴다는 의미이다. 외부의 물질인 水穀이 몸속의 물질인 로 변하려면 일단은 받아들여야 하므로 소화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의학은 의 생성에 中焦, 脾胃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는 <황제내경 영추 決氣>中焦受氣取汁 變化而赤 是謂血(중초가 기를 받고 즙을 취해 붉게 변화한 것이 혈이다)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中焦 혹은 脾胃로부터 한다고 표현해야 하지 않았을까? 보다는 와 더 밀접한 장부이다. 한편, 보다 과 더 밀접한 장부는 이다. 그렇다면 왜 肝生血이 아닌 心生血일까?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된 대부분의 영양물질은 우선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간 후 해독작용을 거쳐 우리 몸에 맞는 물질로 변화한다. 간은 음식을 통해 얻은 의 재료를 우리 몸에 맞게 정제하는 곳인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肝生血이 더 합당해 보인다. 은 오행 중 에 속하는데, 은 시작 및 발생의 의미가 있으므로 오행으로 생각해 보아도 어그러짐이 없어 보인다.

 

무엇을 놓친 것일까. 心生血의 기전을 구체적으로 다시 살펴보자. <본초문답>에서는 蓋人身之血 是由胃中取汁 得心火赤遂爲血이라고 하였다. 인체의 에서 흡수한 음식의 즙을 心火의 작용으로 붉게 변화시켜서 만든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生血한다는 은 아무 이 아니라, 색이 붉은 인 것이다!

 

피가 붉은 이유는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철 이온을 포함하는데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면 산화철이 형성되어 색이 붉게 변하는 것이다. , 산소가 풍부한 피는 색이 붉고, 산소가 적은 피는 검붉은 색을 띤다.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들어간 피는 검붉은 색으로, 완벽한 빨간색은 아니다. 이때는 체순환의 거의 막바지 단계로,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해서 남아있는 산소량이 처음 심장(좌심실)을 출발할 때보다 적기 때문이다. 신체에 갓 들어온 영양물질을 포함한 검붉은 혈액이 처음으로 빨갛게 변하기 위해서는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은 신체를 滋潤하며 영양을 공급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핏속에 음식에서 얻은 영양물질뿐 아니라 공기에서 얻은 산소 또한 필요하므로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은 산소까지 함유한 피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의학은 의 생성에 의 역할도 언급하고 있다. 아래는 그 예시다.

 

中焦亦並胃中 出上焦之後 此所受氣者 泌糟粕 蒸津液 化其精微 上注于肺脉 乃化而爲血

중초 역시 胃中에서 나와 상초의 뒤에서 나오니 중초는 받은 기를 조박을 걸러내고 진액을 쪄서 정미로운 기를 만들어 위로 肺脉에 주입시키고 변화시켜 을 만든다.

<黃帝內經靈樞 營衛生會>

 

是脾輸精以歸肺, 肺奉津以從心, 心受之而化爲血

을 보내고, 을 받아서 으로 보내고, 은 이것을 받아서 피로 만든다.

<本經續疏>

 

血者 腎中之津液上於胃, 與五穀所化之汁 並騰於肺, 以上入心 化爲赤色, 卽成血矣.

이란 腎中의 진액이 로 올라와서, 오곡이 소화되어 생긴 즙과 함께 로 갔다가, 으로 들어가 적색으로 변해서 이 된 것이다.

<本草問答>

 

그렇다면 肺生血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보다는 와 밀접한 장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혈액은 폐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말이다. 또 폐는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있으므로 혈액이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잠시 둘 이상으로 나뉘어야 하는데, 각각의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혈액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곳은 심장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아울러 생각해 보면 心生血이라는 표현은 납득할 만하다.

 

요약하자면 心生血의 구절 뒤에는 오행 논리와 더불어 에 밀접한 장부라는 한의학의 학설과, 옛사람들이 생각한 의 개념이 핏속에 담긴 영양물질과 산소까지를 아우르는 것이라는 논리가 숨어있다. 이 짧은 세 글자에 감춰진 논리를 파헤쳤다면 心生血을 말도 안 된다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뜻 보면 이해가 안 되며, 터무니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어떠한 구절을 아예 무시해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心生血 뒤에 숨어있던 논리를 영영 놓쳐버렸을 테니. 오늘날 우리는 어떤 구절들을 무심코 놓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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