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의 법률칼럼]만취상태로 착각하고 간음한 경우

준강간 불능미수
기사입력 2019.04.05 15: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안녕하세요.
박병규변호사입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 성립하는 강간죄와 달리 준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행위를 하면 성립이 됩니다.

준강간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신체적·정신적 이유에서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을 간음하는 것은 폭행·협박으로 인하여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을 간음하는 강간죄와 유사한 정도의 비난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간죄의 경우 폭행·협박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면 성립되지 않는데 반해 준강간죄의 경우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닌 사람을 저항할 수 없다고 오인하여 간음한 경우 성립과 처벌여부에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항거불능의 만취상태가 아닌 피해자를 만취상태로 오인하여 간음한 경우,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어서 준강간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위험성이 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17년 4월 17일 오후 10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다음날 새벽 1시 경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이 들고 2시경 피해자도 안방으로 잠을 자기위해 들어갔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따라 안방에 들어갔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만취상태라 생각하고 1회 간음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실제 항거가 불가능한 만취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이를 수사한 검사는 피고인을 강간죄로 기소하고, 제1심에서 준강간의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하였습니다.

1, 2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인의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간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준강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준강간죄는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하였습니다.


제2심(원심)에서 검사는 준강간의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준강간미수의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하였습니다.

2심 법원은 원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었던 준강간 부분을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결과발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위험성이 인정되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인정하고 징역 2년, 5년간 아동 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①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고, ②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서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가 발생할 수 없으므로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안에 대하여 준강간죄의 고의를 정황증거에 의하여 인정됨을 전제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도 성립가능하다고 보아 제2심(원심)의 결정을 확정하였습니다. 다만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가능한지에 대하여 대법원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대립이 있었습니다.

다수의견(10인)은 ①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처음부터 준강간죄의 결과발생이 원시적으로 불가능 하고, ② 불능미수의 판단기준인 ‘위험성’은 피고인이 행위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과발생의 가능성여부에 따라야 된다고 보며“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여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고, 그 행위의 위험성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3인)은 “사안이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한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미수범의 영역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아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특별한 행위양태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지에 관한 구성요건해당성 또는 구성요건의 충족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인정하고 형법 제27조와 관련하여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결과 발생의 불가능’, ‘위험성’에 관한 의미와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다면 준강간죄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그 적용대상이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도 경우에 따라서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남녀가 음주 후 소극적 합의만으로 성관계를 맺은 경우, 상대방이 돌연 태도를 바꾸어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박병규 변호사.jpg
 

<저작권자ⓒ메디콤뉴스 & medikom.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38636
 
 
 
 
 
  • 메디콤뉴스(http://www.medikom.co.kr)  |  설립일 : 2017년 03월 09일  |  발행인 : 박광은  |  501-040 경기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484-1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1499 / 대표전화:031-242-1409[오전9시~오후6시/도, 일, 공휴일 제외(12시~1시점심) I kimjemyung@naver.com 
  • Copyright © 2017 www.medikom.co.kr all right reserved. 
메디콤뉴스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