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이 구분소유 되어 있는 경우, 이와 관련한 법률문제를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합니다)입니다.
집합건물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의 법적 분쟁의 경우 집합건물법의 규정만으로는 규율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고, 나아가 판례도 아직 일정한 법리를 완성하지 못한 단계라 앞으로도 상가분쟁의 경우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상가 관리권 분쟁에서 패소한 상가번영회는 상가 관리비를 강제집행정지신청 등을 위한 담보공탁금으로 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아파트 상가에는 상가 구분소유자와 임차인들로 구성된 B상가번영회가 있습니다. B상가번영회는 대표자로 회장과 최고의결기관으로 총회를 두는 등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상가 관리규약'을 제정해 상가를 관리하고 공동재산과 부대시설의 유지관리 등 사실상 관리단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구성된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은 C를 대표자로 하고 2015년 3월 B상가번영회를 상대로 관리단지위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대표권이 없는 C를 대표자로 해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은 항소했지만 같은 이유로 기각됐고 이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이후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은 B상가번영회를 상대로 2017년 4월 관리단지위부존재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법원은 "관리단의 지위가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에 있다"고 보아 "B상가번영회는 관리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일부인용 판결을 했고, B상가번영회가 항소했지만 같은 이유로 기각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B상가번영회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와 동시에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했는데, 집행정지를 위한 담보로 상가 관리비와 관리외 수익을 관리해오던 B상가번영회 명의의 계좌에서 3000만원을 인출해 공탁금으로 지출했습니다.
그러자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은 "앞선 판결로 우리가 해당 상가의 적법한 관리단임이 확인돼 B상가번영회는 문서 등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B상가번영회가 지출한 공탁금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고법 민사9부는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이 B상가번영회 등을 상대로 낸 문서인도 청구 등 소송(2021나2009300)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집합건물의 공유자는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해 공용부분에서 생기는 이익을 취득한다"고 전제한 후,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의 관리규약에 따르면 관리단이 공용부분의 사용료를 징수하고 공용부분을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관리비 외의 수익에 대해 B상가번영회는 이를 관리하거나 보유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정지를 위해 공탁한 담보는 강제집행정지로 인해 채권자에게 생길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의 관리업무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에 대해 그 강제집행의 정지를 구하는 신청을 하면서 지출한 담보공탁금은 관리비 및 관리비 외 수입에서 지출할 수 있는 상가의 관리비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후,
"더욱이 해당 소송에서 B상가번영회는 패소했으므로 이 돈은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에게 반환돼야 한다. 이를 인출해 담보로 제공한 뒤 관련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재판부는 관리단 지위가 없다고 법원의 판단을 받은 B상가번영회는 강제집행정지를 위해 상가관리비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 논거는
첫째, 관리규약에 따르면 관리단이 공용부분의 사용료를 징수하고 공용부분을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관리비 외의 수익에 대해 B상가번영회는 이를 관리하거나 보유할 권한이 없다는 점,
둘째,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의 관리업무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에 대해 그 강제집행의 정지를 구하는 신청을 하면서 지출한 담보 공탁금은 관리비 및 관리비 외 수입에서 지출할 수 있는 상가의 관리비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셋째, 더욱이 해당 소송에서 B상가번영회는 패소했으므로, 이 돈은 A아파트 중심상가 관리단에게 반환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의할 점은 사안과 같이 관리단 지위가 부정된 상가번영회가 상가관리비를 강제집행정지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지, 이를 일반화하여 상가번영회는 일반적으로 강제집행정지를 위해 상가관리비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무법인 이로 대표변호사 박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