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대창면 보건지소, 한방 공중보건의, 조우현
누구나 마음 속에 청개구리 한 마리 정도는 키우는 법이다.
“환자를 위해 공부 좀 해라.”
본과 3학년 강의 중 부인과 교수님 말씀이다. 청개구리가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동양에서는 3가지의 醫를 강조했다고 한다. 醫學, 醫術, 醫道. 환자를 위하는 마음은 그중 醫道다. 하지만 환자를 위하라는 교수님의 외침이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에게 와닿았을까? 오늘날은 도덕을 조롱하는 시대다. 도덕의 가치는 낮아졌고, 돈의 가치는 높아진 시대다. 의치한의 인기가 드높은 이유는 돈 때문이지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아니다. 씹선비라는 인터넷 용어는 낮아진 도덕의 위상이라.
이번에는 청개구리가 눈을 떴다. 환자를 위한다는 말은 좋다. 하지만 왠지 ‘나’보다는 환자가 더 중요하다는 말로도 들린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들린다. 좋은 醫者가 되려면 자신보다 환자를 우선해야 하는가? 이제 청개구리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환자를 위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의사는 존경할 만하다. 그렇다면 환자를 향한 사명감이 없다면 좋은 의사가 될 수 없는가? 아니다.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더라도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 ‘나’의 행복에만 집중해도 환자들은 저를 위한다고 여길 수 있다.
한의사로서의 자존감이 낮다 하더라도 그 개인이 행복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한의사로서의 자존감이 높으면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끝없이 반복되는 실패는 견고한 멘탈의 소유자도 무너뜨릴 수 있다. 오는 환자마다 치료 효과가 없다고 하고 환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한의사로서의 자존감이 굳건한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렇기에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다. 환자를 낫게 해야 하는 이유는 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전에 본인의 한의사로서의 자존감을 위해서다. 눈앞의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면 한의사로서의 자존감이 위험하다. 치료율이 100%일 수는 없겠지만 70~80%는 되어야 본인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지 않겠는가.
이제 환자와 나의 행복은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다.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이 한의사로서의 자존감을 높이고, 높아진 자존감은 나의 행복과 연결된다.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을 환자들은 싫어할까? 전혀! 어떻게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다.
만일 醫를 업으로 삼았으나 사명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작게나마 괴로워했다면 오히려 이 관점을 추천하고 싶다. 기존의 관점은 초점이 환자에게 맞춰져 있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은 자신의 행복에 집중한다. 동기가 타인에게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칠 수 있겠으나, 동기가 본인의 행복인 사람은 지칠 수가 없다. 심지어 새로운 시각이 환자를 위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醫者 본인을 위한 길이 환자의 이해와 일치하므로 환자를 위한 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신을 위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교수님은 환자를 위하라는 말을 강조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신만을 생각해도 환자를 위할 수 있다. 도덕의 가치가 낮아진 현시대에는 이 관점이 더 낫지 않나. 이를 깨닫자 청개구리는 울음을 그쳤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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