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학교 한의학과 김단아
체중계 위 숫자는 분명 성공을 말하고 있지만, 몸은 여전히 경고 신호를 보낸다.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기립성 저혈압.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기 시작했음에도 이 불편한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연구들은 그 원인이 단순한 영양 부족을 넘어, 우리 몸의 정교한 신경 조절 시스템에 남은 ‘신경학적 상흔’에 있음을 시사한다. 다이어트가 끝난 후에도 지속되는 어지럼증의 근본 원인을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추적해 보자.
[ 인체의 자동항법장치, 압반사(Baroreflex) 시스템 ]
인체는 중력이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 뇌로 향하는 혈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정교한 자동항법장치를 내장하고 있다. 바로 ‘압반사(Baroreflex)’라고 불리는 신경 피드백 회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대동맥과 경동맥에 위치한 ‘압력수용체(Baroreceptor)’다. 이 고감도 센서들은 혈관벽의 미세한 팽창률 변화를 감지하여 실시간 혈압 데이터를 뇌의 연수에 위치한 심혈관 조절 중추, 즉 ‘중앙 관제탑’으로 전송한다.
특히 이 정보의 전달은 ‘A-섬유’라는 특수한 신경 고속도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미엘린이라는 절연체에 둘러싸인 A-섬유는 일반 신경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여, 자세 변화 후 1초 이내에 심박수 증가와 말초 혈관 수축 같은 보상 반응을 이끌어낸다. 이 눈부신 속도 덕분에 우리는 일상에서 혈압 변화를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 다이어트가 남긴 상흔 : 관제 시스템은 어떻게 손상되는가 ]
문제는 극한의 다이어트가 이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에 기능적 손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영양 결핍과 탈수가 동반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신경계를 혹사시키며, 여러 신경생리학적 후유증을 유발한다.
첫 번째 후유증, 신경전달물질의 고갈
압반사의 최종 명령은 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수행된다. 다이어트라는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 ‘비상 신호탄’은 끊임없이 소모된다. 그 결과, 다이어트가 끝난 후에도 신경 말단에 저장된 노르에피네프린이 부족하거나 재합성 속도가 느려져, 관제탑의 명령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통신 불량이 발생한다.
두 번째 후유증, 수용체의 민감도 저하
지속적인 비상 신호에 노출된 심장과 혈관의 세포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신호를 수신하는 안테나, 즉 ‘수용체’의 수를 줄이거나 민감도를 떨어뜨린다. 이를 ‘수용체 하향 조절’이라 부른다. 시스템이 과도한 자극에 둔감해지는 일종의 적응 현상으로, 이로 인해 정상적인 명령에도 몸의 반응이 한 박자씩 늦어지게 된다.
세 번째 후유증, 중추 신경세포의 대사 스트레스
뇌의 관제탑을 구성하는 신경세포 역시 충분한 에너지가 있어야 제 기능을 수행한다. 장기간의 칼로리 및 필수 영양소 결핍은 신경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세포 자체에 심각한 대사 스트레스를 가한다. 이는 정보 처리 속도와 정확성을 저하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며, 흔히 ‘신경계 번아웃’이라고 불리는 상태의 생물학적 기반이 된다.
[ 그렇다면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
Solution 1. 신경계 기능에 필수적인 영양소 공급!
신경 섬유의 절연체를 구성하고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비타민 B군(B1, B6, B12), 신경세포막의 핵심 성분인 오메가-3 지방산,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되는 양질의 아미노산(단백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Solution 2. 하체 근력 운동
하체 근력 운동은 혈관의 기본 탄성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 순환 혈장량을 늘린다. 이는 둔감해진 압반사 시스템에 반복적인 자극을 주어 민감도를 다시 높이는 효과적인 재활 훈련이 된다.
다이어트 후의 어지럼증은 몸이 보내는 회복의 신호이자,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 몸의 보이지 않는 질서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돕도록 하자.
* 메디콤 뉴스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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