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제 2의 삶은, 놀라울 만큼 관심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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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삶은, 놀라울 만큼 관심받지 못하고 있다

기사입력 2025.09.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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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남부통합보건지소 공중보건의 김제관

 

2023, 합계출산율은 0.72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저점을 갱신하고 나서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저출산은 선진국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지만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코로나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오늘날 이례적으로 낮은 출산율을 보여주고 있다. 혼인율 그래프 역시 출산율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혼외출산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조금 혼외출산이 는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신혼부부가 대출 규제 등을 피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구 역사상, 시대와 종을 초월하여 나타나는 혼인과 출산이라는 본능이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줄어드는가에 대해서 조금 다른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도 결혼과 출산에 무관심한지, 관심이 있다고 해도 많이 무지하다는 것에 대해서.

 

한강의 기적, 그 이후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발표되고 아직 백 년이 채 흐르지 않았다.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대한민국을 원조했었고, 광부와 간호사로서 외화를 벌러 나가던 지구촌 최빈국이었다. 관광자원, 지하자원 하나 없이 인적자원을 쥐어짜 이 짧은 시간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경탄할 일이나, 그 이면에는 짧은 시간동안 성장하지 못한 부분들이 산적해 있다. 경제적 성장만을 보고 앞으로 달려온 부작용이며 요즘은 그 나머지도 성장하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사회적 아젠다로서 행복과 외로움 따위가 의논되기 시작했으니까. 경제적, 사회적인 부분이 항상 1순위로 여겨져 왔지만 그건 행복이라는 범주 안의 일부 조건일 뿐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는 이를 동의하면서도 행동으로 실천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관성이 그만큼 무섭다.

뻔한 이야기지만 일제시대에 태어나 산업 역군이 되어왔던 7080이상 세대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근면성실을 기치로 내세웠다. 그들은 조금이나마 일군 부를 자식의 미래에 투자했다. 그 자식세대인 5060 세대는 집안과 국가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을 것이며, 본인들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그 자식세대인 2030을 길러냈다. 어떻게 보면 성공에 대한 환상과 집착이 만연한 것은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다. 아직 완전히 벗어날 만큼 여물지 않았다. 이제 진통을 겪으며 허물을 한 겹 벗어내려고 하는 중이다.

 

사회적 성공, 경제적 풍요 외에 어떤 게 목표가 될 수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돈이나 성공같은 가치는 사회적으로 우선시되어서는 안 된다. 돈과 사회적 성공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정 수준까지는 자산이 많아질수록 행복도 비례해 증가하고, 사회적인 지위를 갖춘 사람의 자기효능감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반적으로 높다는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우리가 그 사실에 깊이 공감해서는 안 된다. 부와 명예는 모두에게 주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돈도 명예도 희소해야만 가치를 가진다. 누구나 통장에 100억원씩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강남의 비싼 아파트에 살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이가 TV에 나와 강연을 하고 모 그룹의 임원 인사결정을 할 수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가치들이 강조된다면, 우리 중 대다수는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감, 자기효능감이 곤두박질치고 그야말로 우울한 국가가 돼 버릴 것이다. 지금까지야 앞만 보고 어떻게든 달려왔지만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해진 지금 개미처럼 군락 전체의 번영을 위해 삶을 바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모두가 누리고 가질 수 있는 선물인 사랑에 더 집중해야 한다.

 

왜 다른 게 아니라 사랑인가

최근에 생각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지 못해 옛 현자들의 조언을 구했다. 나보다 먼저 삶을 살았고 처절하게 사유했던 사람들. 부처도, 예수도, 소크라테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도스토예프스키도, 니체도, 심지어 요즘 잘 나가는 경제 유튜버인 슈카월드, 철학 채널인 너진똑도 서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강조하는 게 있었다. 결국 사랑이다. 사회적 동물로 태어나 너무나 당연하게 추구해야 하는 것, 우리를 진정 가슴 속 깊은 곳부터 충만하게 채워줄 수 있는 것,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절대 총량이 정해지지 않은 것. 어떻게 생각하면 유전자에 지배당하는 것 아니냐고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결국 유전자 정보로 구성된 동물인데 이를 부정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결국에,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사랑해야 한다.

돈도 성공도 취미도 유흥도 사실 그 때 뿐이다. 매일 좋은 걸 먹어도 라면이 맛있을 수 있다. 정말 즐겁게 하던 스포츠도 몇 달 후엔 질려버릴지 모른다. 물론 이런 것들이 삶을 어느정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절대 본질이 될 수 없다. 한 때 뿐인 휘발성 자극에 불과하다. 나만 해도 남들보다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커다란 공허함을 다룰 길이 없어 매분 매초 그 시간의 흐름을 잔혹하게 느끼고 있다. 사랑하고 있을 때는 몰랐던 날카로움이다. 아마 이런 일을 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반복해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결론을 도출하게 된 거다.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도 많고 어디 다니다 보면 항상 들려오는 게 음악인데, 주제가 거의 다 사랑이다.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당최 사랑이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부모도,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를 않으니 배울 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지금까지 맥을 이어온 것은, 사랑은 유전자 속에 이미 들어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 주위에서 모두가 사랑하고 있고, 요새는 어떻게 사랑하는지 찾아보기 좋은 매체도 많다. 좋은 걸 벤치마킹하고, 안 좋은 걸 반면교사하자. 학습하고 경험하자. 나를 돌아보고 상대를 존중하며 마음을 표현하면 된다. 두루뭉술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도 있다. 바로 연애, 결혼, 출산, 양육이다.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하며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지 고민하면 된다. 의지만 있으면 당장 관계에 서투르고 노하우가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부딪치고 실패하면서 발전해 나아가면 된다. 물론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좌절할 문제는 아니다. 남들 다 하듯이, 한 걸음씩 가면 된다.

그런데,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비하면 사랑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2의 삶은, 놀라울 만큼 관심받지 못하고 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는 별명이 있다. 2의 삶이라고도 불린다. 결혼 전과 후는 아예 다른 삶이라는 걸 많은 기혼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 중요한 일을 생각보다 건성으로 대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상대는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괜찮은 조합인지, 미래에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충분히 고찰하지 않고 대충 연애하고 헤어지지 못해 덜컥 결혼하여 그다지 행복하지 않게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과정이 없었는데 행복하다면, 그건 운이 매우 좋았던 것이니 축하할 일이다.

내 또래 연애시장을 살펴보면 남녀의 선호 이성상 중 단골 소재로 나오는 내용으로 운동, 외모, 자기관리, 직업 등이 있다. 당연히 이성으로서의 매력도 느껴져야 하고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는 않아야 할 테니 이해하지만 저게 본질이 되면 안 된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운동 열심히 해서 몸매가 끝내주는 내 남자친구가 결혼해서도 운동만 하러 다니고, 식단 관리한다고 나랑 같이 다니며 맛있는 음식 먹는 걸 꺼려한다면 행복할 것인가? 예쁘고 직업 좋은 내 여자친구가 결혼하고 출산한 후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관리에 소홀하며 외벌이하는 내 월급에 불만을 가진다면? 그 때 가서 후회해 봐야 평생 참고 살거나 이혼남녀가 되는 수밖에 없다. 봐야 할 건 조금 더 본질적인 것들이다. 삶의 패턴과 사고방식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지, 날 배려하는지, 입장 바꿔 생각할 줄 아는지, 사유하고 반성할 줄 아는지, 대화에 임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등이다. 관련 내용을 더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수능 공부에는 수백 수천만원씩 쏟아 가며 십 년 내외를 투자하고, 직장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 학점 관리를 하고 대외활동을 하며 정장을 구입하면서 정작 이보다도 훨씬 근본적인 문제인 사랑에 대해서는 배우고 익히지 않는다. 사랑도 기술이다. 익숙해지고 노련해져야 하는 기술. 결혼으로서 꽃피우게 될 우리의 행복한 삶에 조금 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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