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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달달한 책

기사입력 2025.10.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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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한의학과 김수민

 

 한 해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는 11월입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곱씹지만, 왠지 홀가분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또 봄과 여름 동안 푸르렀던 나뭇잎들이 가지에서 떨어져 나부끼는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과 쓸쓸함을 동시에 느낍니다. 이런 계절에 펼쳐볼 만한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소개합니다.

 

 이 소설은 체코의 프라하를 배경으로,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들 각자의 내면의 흔들림, 사랑과 관계, 사회와 체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네 개의 인생을 동시에 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토마시는 가볍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인물이지만, ‘테레자에게 부성애에 가까운 사랑을 느끼면서 관계의 무게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테레자는 사랑을 무겁게 여기는 인물로 토마시에게 헌신하지만, 그 바탕에는 내면의 결핍이 자리합니다. ‘사비나는 토마시와 닮은 인물로, 그녀의 삶의 방식은 크고 작은 배신의 연속입니다. ‘프란츠는 지식을 추구하고 대의를 중시하며, 관계 속에서 책임과 충동을 동시에 느끼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생생한 인물 설정에 더해 작가의 깊은 사유와 섬세한 표현력 덕분에 독서는 의미와 재미가 배가됩니다. 특히 책 초반부에서 토마시가 테레자에게 느끼는 감정을 묘사한 문장에서는 작가의 탁월한 비유 능력이 두드러집니다.

 

그는 그녀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도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다.

그녀는 마치 송진으로 방수된 바구니에 넣어져 강물에 버려졌다가 그의 침대 머리맡에서 건져 올려진 아이처럼 보였다.”

 

작가는 이 네 인물을 통해 인간의 실존을 깊이 고찰합니다. 또한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니체의 영원회귀개념은, 인간이 단 한 번뿐인 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밀란 쿤데라의 문장은 예리하면서도 시적이며, 서정 속에 냉철한 분석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소설이자 철학서입니다. 또한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책의 제목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역설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책을 덮으며 느낀 것은, 작가는 오히려 존재의 무게를 누구보다 무겁게 여겼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존재가 가볍게 여겨지는 수많은 순간을 겪으며, ‘존재가벼움이라는 단어의 병치에서 오는 인지적 부조화 즉, ‘참을 수 없음을 끝까지 탐색했습니다. 참을 수 없음속에는 존재에 대한 사랑과 희망이 깃들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감상을 남기게 된 것은 소설 전반에 흐르는 존재에 대한 섬세한 연민과 이해 때문입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가볍기에 무겁고 때로는 무겁기에 가벼운 존재의 역설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나 그 역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삶의 본질과 가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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