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식 공중보건한의사 (국립소록도병원)
『성경』은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경전으로, 기독교와 유대교에서 ‘신의 영감이 담긴 신의 말씀’이자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담은 거룩한 문서로 여겨집니다.
『성경』에는 약 50여 차례에 걸쳐 한센병(나병)이 등장합니다. 히브리어로는 ‘zaraath’, ‘Tsraath’, ‘Tzaraath’ 등으로 불리는데, 오늘날의 한센병과 동일한 질병이라기보다 ‘부정한 것’을 가리키는 더 넓은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구약성서 속 한센병
(1) 레위기 제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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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에 나병 같은 것이 생기거든 1.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2. 만일 사람이 그의 피부에 무엇이 돋거나 뾰루지가 나거나 색점이 생겨서 그의 피부에 나병 같은 것이 생기거든 그를 곧 제사장 아론에게나 그의 아들 중 한 제사장에게로 데리고 갈 것이요 3. 제사장은 그 피부의 병을 진찰할지니 환부의 털이 희어졌고 환부가 피부보다 우묵하여졌으면 이는 나병의 환부라 제사장이 그를 진찰하여 그를 부정하다 할 것이요 - 의복이나 가죽에 생기는 곰팡이 47. 만일 의복에 나병 색점이 발생하여 털옷에나 베옷에나 48. 베나 털의 날에나 씨에나 혹 가죽에나 가죽으로 만든 모든 것에 있으되 49. 그 의복에나 가죽에나 그 날에나 씨에나 가죽으로 만든 모든 것에 병색이 푸르거나 붉으면 이는 나병의 색점이라 제사장에게 보일 것이요 50. 제사장은 그 색점을 진찰하고 그것을 이레 동안 간직하였다가 51. 이레 만에 그 색점을 살필지니 그 색점이 그 의복의 날에나 씨에나 가죽에나 가죽으로 만든 것에 퍼졌으면 이는 악성 나병이라 그것이 부정하므로 52. 그는 그 색점 있는 의복이나 털이나 베의 날이나 씨나 모든 가죽으로 만든 것을 불사를지니 이는 악성 나병인즉 그것을 불사를지니라 (2) 레위기 제14장 - 집에 생기는 곰팡이 33.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34. 내가 네게 기업으로 주는 가나안 땅에 너희가 이를 때에 너희 기업의 땅에서 어떤 집에 나병 색점을 발생하게 하거든 35. 그 집 주인은 제사장에게 가서 말하여 알리기를 무슨 색점이 집에 생겼다 할 것이요 36. 제사장은 그 색점을 살펴보러 가기 전에 그 집안에 있는 모든 것이 부정을 면하게 하기 위하여 그 집을 비우도록 명령한 후에 들어가서 그 집을 볼지니 37. 그 색점을 볼 때에 그 집 벽에 푸르거나 붉은 무늬의 색점이 있어 벽보다 우묵하면 38. 제사장은 그 집 문으로 나와 그 집을 이레 동안 폐쇄하였다가 39. 이레 만에 또 가서 살펴볼 것이요 그 색점이 벽에 퍼졌으면 40. 그는 명령하여 색점 있는 돌을 빼내어 성 밖 부정한 곳에 버리게 하고 |
구약성서 속 대표적인 기록은 레위기 제13장과 제14장에 등장합니다.
레위기 제13장에서는 피부에 발생한 병변을 제사장이 진단하고, 부정 여부를 판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한, 사람 뿐 아니라 옷, 가죽에까지 ‘나병 색점’이 번질 수 있다고 기록하며, 이때 옷과 가죽을 불태워야 한다 얘기하죠.
레위기 제14장에서는 벽에 색점이 생기면 집을 7일간 폐쇄하고, 퍼지면 돌을 들어내 성 밖에 버리도록 명령합니다.
이처럼 구약성서에서의 한센병은 의학적 진단보다는 ‘부정한 것’으로 규정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한센병을 현재와 같이 질환보다는 하늘의 벌이며, 공동체로부터 격리해야할 존재로 인식하였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출애굽기 제4장에서는 모세의 손이 눈같이 희게 변하는 장면, 민수기 제5장에서는 한센병 환자를 진영 밖으로 내보내라는 규정, 민수기 제12장에서는 미리암이 벌로 한센병에 걸린 장면이 나옵니다. 모두 ‘부정한 것’과 ‘징벌’의 상징으로 한센병을 묘사합니다.
참고로 출애굽기에서 한센병 환자의 손이라며 흰 눈이 덮인 듯하다고 한 것은 임상적으로 보이는 한센병의 양상과는 다릅니다.
신약성서 속 한센병
(5) 누가복음 제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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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 들린 사람을 깨끗하게 하시다 12. 예수께서 한 동네에 계실 때에 온몸에 나병 들린 사람이 있어 예수를 보고 엎드려 구하여 이르되 주여 원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하니 13.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이르시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신대 나병이 곧 떠나니라 (6) 누가복음 제17장 나병환자 열 명이 깨끗함을 받다 11.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실 때에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로 지나가시다가 12. 한 마을에 들어가시니 나병환자 열 명이 예수를 만나 멀리 서서 13. 소리를 높여 이르되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거늘 14. 보시고 이르시되 가서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이라 하셨더니 그들이 가다가 깨끗함을 받은지라 15. 그 중의 한 사람이 자기가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돌아와 16. 예수의 발 아래에 엎드리어 감사하니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라 17.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지 아니하였느냐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 18.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돌아온 자가 없느냐 하시고 19. 그에게 이르시되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시더라 |
신약성서에서는 의미가 조금 달라집니다.
누가복음에서 예수가 행하는 치유과정을 보면, 먼저 환자들이 예수를 향한 믿음을 보이고 예수는 그 믿음을 보고 치유해줍니다. 즉, 한센병을 단순한 부정의 상징이 아니라, 믿음과 자비를 통해 치유 가능한 질환으로 묘사한 것이죠.
맺음말
『성경』 속 한센병과 오늘날 한센병은 의학적으로 다릅니다. 그러나 당시에 한센병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는데요. 구약에서는 사회적 격리와 부정의 상징으로, 신약에서는 믿음을 통한 치유와 구원의 메시지로 나타납니다.
이 기록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한센병이 단순한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사회적 의미를 지닌 상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는 성경 속 한센병을 문자 그대로의 질병 설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시대적 맥락과 사회적 인식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센병을 ‘부정한 것’이 아닌, 치유와 포용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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