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산토끼 토끼야 토안(兔眼)이 되어서 어디를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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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토끼야 토안(兔眼)이 되어서 어디를 가느냐?

기사입력 2025.10.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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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이하경

 

[한의대 영감록]은 한의대에서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의학 지식 사이로 흘러나온 영감들을 모아 펼쳐본 시리즈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일까, 하고 부쩍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여러 양태의 성장 중에서도 훅 뛰어넘는 도약의 성격을 가진 성장은 더욱 가슴에 남기 마련인데요. 높이, 멀리 와서가 아니라 도약하기 위해 발을 구르길 주저했던 순간과 추락의 두려움을 품고 떠 있던 날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뒤를 돌아보아도 함부로 후련함을 느끼지 못하고 쉬이 자부하거나 남들에게 권하지 못하는, 모호하고 자신 없는 태도로 굴게 되는 듯합니다.

 

안이비인후과학 시간에 배운 안검연축이라는 질환이 떠오릅니다. 눈을 감을 때 쓰는 근육인 안륜근이 불수의적으로 과도하게 수축하여 발생하는 안검연축은, 처음에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심해지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꽉 감기게 됩니다. 이 경우 주로 보톡스를 이용해 안륜근을 마비시키는 치료법이 사용되는데, 토끼처럼 눈을 완전히 감지 못하는 토안(, Lagophthalmos)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토안처럼 강제로 눈을 뜨게 되는, 시계태엽 오렌지의 루도비코 요법과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알고 싶지 않던 것을 알아야 하고, 배우기 싫은 것을 배워야 하며, 보기 싫은 것을 보고 말하기 싫은 것을 말해야 하지요. 더 이상 모르는 상태에, 즐거이 머물 수는 없게 되는 것입니다. 퀸과 데이비드 보위가 부른 ‘Underpressure’의 가사처럼, “It's the terror of knowing what this world is about”인 것이죠.

 

물론 이 역시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자람의 과정이며 불가피한 길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때로는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젊음’, ‘낭만’, ‘청춘같은 말들이 저급한 마케팅 용어로 남발되어 빛이 바래지고 어린아이들에게조차 성장성공의 차안대(遮眼帶)를 씌워주는 요즘의 세상에서는 더욱 그러한 듯합니다. 성공 의자에 빠르게 안착시키려는 부모의 노력이 실은 조숙과 조로를 유발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사실은 그 시기에만 해볼 수 있는, 무용하고 낭비적인 체험들이 훗날 더 큰 자산이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한국 청소년의 수면시간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은 8시간 41, 중학생은 7시간 21, 고등학생은 6시간 3분으로,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18분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 수면시간인 8시간 22분에 비해 1시간 가까이 짧은 것입니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에서 “Shut your eyes and see.”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무한한 공상과 알록달록한 세계의 너울 속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시간을 조금만 더 주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한 시대에, 토안이 된 아이들은 깡충깡충 뛰기는 잘 뛰어도 금세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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