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겨울이면 생각나는 한 잔의 온기, 쌍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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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생각나는 한 잔의 온기, 쌍화탕

기사입력 2025.11.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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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대학교 한의예과 김형은

 

겨울이 코앞이다.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코끝이 시려오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쌍화탕이다. 기침이 나거나 몸이 으슬거릴 때, 혹은 늦은 밤 야근 뒤 피로가 몰려올 때, 따뜻한 쌍화탕 한 잔은 그 어떤 커피보다도 든든하게 몸을 감싼다. 진하게 달이는 동안 퍼지는 생강과 대추, 계피의 향은 겨울의 냉기를 밀어내는 듯하다.

 

쌍화탕(雙和湯)은 이름 그대로 ()으로 조화()’를 이루는 탕약이다. <동의보감>에는 사물탕과 황기건중탕을 합방한 처방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기와 혈이 모두 손상된 사람의 회복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래는 감기약이 아닌 보약이다. 과로로 기운이 떨어지거나 병후에 체력이 쇠약해진 사람, 추위를 많이 타고 쉽게 피로해지는 사람에게 쓰이는, 전통적인 보혈·보기(補血·補氣) 처방이다.

 

쌍화탕에는 백작약, 당귀, 황기, 천궁, 숙지황, 감초, 육계, 생강, 대추 등이 들어간다. 이 중 백작약은 뭉친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당귀와 천궁은 혈을 보하고 몸의 활력을 더한다. 황기는 면역력과 체력을 끌어올리는 강장 약재로, 숙지황은 음기를 보하고 피로한 몸에 진액을 채워준다. 여기에 생강과 대추가 더해져 위장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쓴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풍미를 완성한다.

 

쌍화탕이 감기약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의학에서 쌍화탕은 고열이나 급성 염증이 있는 감기에는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이 많은 상태에서 복용하면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대신 감기가 다 나은 뒤 체력이 떨어졌을 때, 혹은 몸이 으슬거리며 피곤한 감기 초기에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쉽게 말해, 병을 직접 치료하기보다는 몸의 밑바탕을 보하고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이다.

 

흥미롭게도 조선시대에는 피로 회복용 보약으로도 애용됐다. 양반들이 과로하거나 병을 앓은 뒤, 혹은 마음이 쇠약해질 때 쌍화탕을 달여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심지어 조선의 일기문헌인 <하재일기>에도 한기가 들어 쌍화탕 한 첩을 복용하였다는 구절이 남아 있을 정도다.

오늘날에는 약국에서 간편히 마시는 드링크형 쌍화탕으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본래의 전통 처방처럼 약재를 직접 달여 마시는 방법이 가장 깊은 맛과 효능을 느낄 수 있다. 달걀노른자나 잣을 띄워 마시면 고소함이 더해지고, 한 잔만으로도 속이 든든해진다. 최근에는 요리 비법으로도 활용되어, 돼지족발을 삶을 때 쌍화탕을 넣으면 잡내가 줄고 영양이 배가된다고 한다.

 

쌍화탕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따뜻함과 순환의 균형을 잡는 약이다. 피로로 지친 현대인에게는 단순한 감기약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한 잔의 온기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수록 그 향긋한 대추 향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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