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들풀 속의 약초 ― 호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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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들풀 속의 약초 ― 호장근

기사입력 2025.11.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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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김지원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작가의 유년과 청년기를 배경으로, 1930~1950년대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한 개인의 성장과 상실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청소년 필독서이자 교과서 수록작으로, 시골의 정취와 전쟁의 혼란, 가족의 해체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최근 다시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거대한 서사보다, 친구들과 들판에서 싱아를 뜯어먹던 장면이었다.

 

작품 속 싱아는 그저 들풀이 아니다. 그것은 유년의 자유, 자연의 풍요, 그리고 사라진 시절의 상징이다. 도시화 이후의 삶 속에서 그 많던 싱아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 시대의 감각이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제목의 물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결국 잃어버린 일상의 정경과 그 속의 순수를 되묻는 문장이다.

 

나는 본초학을 배운 한의대생으로써 이 작품에서 싱아라는 식물이 흥미로웠다. 혹시 이 싱아가 한약재로 쓰이지는 않을까? 찾아보니 이 책 속의 싱아는 한약재로 쓰이지는 않고, 다만 비슷한 이름인 범싱아라는 식물이 있었다. 싱아와 마찬가지로 어린 줄기를 식용할 수 있는 식물로 줄기에 호랑이 무늬를 닮은 얼룩이 있다. 범싱아는 마디풀과의 다년생 초본식물로 뿌리 부분은 호장근(虎杖根)이라 불린다. 줄기는 식용이 가능하여 나물로 먹기도 하며, 뿌리는 한의학에서 약재로 사용된다.

 

호장근은 청열이습(淸熱利濕), 활혈지통(活血止痛), 화담지해(化痰止咳) 등의 효능을 지녔으며, 어혈이나 풍습, 산후 어혈불하 등의 증상에 사용된다. 주로 봄과 가을에 채취한 뿌리와 근경을 건조해 사용하며, 관절염이나 방광염, 담음성 기침, 염증성 질환에 응용한다.

 

현대의학에서도 호장근이 주목받고 있다. 폴리페놀 성분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과 폴리다틴(polydatin)이 풍부해 항산화·항염 작용을 보이며, 간 보호 및 혈류 개선 효과가 보고되었다. 일부 연구는 항암 가능성과 피부 건강 개선 효과도 제시한다. 현재는 추출물 형태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과다 복용 시 위장 장애나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책을 읽다가 마주친 낯선 풀에서 이어진 호기심이 한약재로 연결되었다.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우연히 마주쳐도 그저 들풀이라 여겼을 싱아에 대해 알게 되었고, 범싱아라는 이름을 가진 호장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우리 주변의 자연 속에 이렇게나 활용도가 높은 식물들이 널려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또한 한약재가 우리의 일상과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결국 한의학은 먼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먹고 기억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지식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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