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 한의예과 신영진
이 글은 세상에 몇 안 되는 내 소중하고 진정한 친구들, 그리고 세상에 몇 안 되는 유쾌한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25년 11월 5일에 적은 글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누구나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하거나, 안 좋은 일을 당했거나, 모욕당했거나, 혹은 그저 마음이 상했을 때 화를 낸다. 화를 내는 일에 예외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는 자기 방어 기제이자 내면에 잠재된 공격성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그러므로 화를 낸다는 것은 인간다운 일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화가 날 만한 일이 과연 없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그런 일은 있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예외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화를 내는 법이 없다.
동갑이자 친구이지만,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함께했고, 지금도 내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다. 그들을 떠올리면 조선 시대 영의정 황희 정승이 생각난다.
황희 정승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가족이 다투어 의견을 물으러 왔을 때 그는 “네 말이 맞다.” 하고, 또 다른 이에게도 “너의 말도 맞다.”라고 했다. 내 친구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그와 닮아 있다. 누군가 그들의 의견에 반박하면, 그 반박이 옳다고 인정하고 웃으며 넘긴다.
오랜 세월 그들을 지켜보며 느꼈다. 분명 화가 날 만한 일도, 마음이 상할 만한 일도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담담했다. 학창시절을 오래 함께했기에,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 강해진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들은 그저 원래부터 그런 사람들이다.
나 역시 유쾌한 편이지만, 그들처럼 모든 일을 웃으며 넘기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웬만한 일은 웃어넘기려 노력하고, 닥쳐온 역경에 굴한 적은 없다. 친구들 곁에서 배우며 긍정의 기운을 얻고, 나 또한 유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씩 나아간다.
나는 유쾌한 사람이기에, 또 유쾌해지려 노력하기에 그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왜 그렇게 유쾌하고, 늘 긍정적이며, 함께 있으면 즐거울까?
분명 그들의 인생에도 화가 날 만한 일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너희는 왜 화를 안 내? 어떻게 그렇게 화가 없냐?”
그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냥, 딱히 화날 일이 없는데?”
그때 나는 깨달았다. 그들은 애써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다르다. 태초부터 그렇게 유하고 유쾌하지 않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쾌한 사람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유쾌한 사람들 곁에 머무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하며 배우고, 내 안의 화를 다스리며 살아가려 한다.
화를 내지 않고, 화를 일으키지 않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큼 현명한 길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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