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한의학과 김수민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새해를 바라보게 되는 이 시기에 어울리는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소개합니다.
책의 제목 ‘싯다르타’는 우리에게 ‘석가모니 부처’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부처의 모범적인 일대기를 그린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범인(凡人)의 방황기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쉽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 ‘싯다르타’는 부처와 동명이인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또한 부처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구도의 길을 떠나는 인물입니다. 싯다르타와 그의 친구 고빈다가 함께 고행을 하던 중 우연히 고타마(부처)를 마주쳤을 때 두 친구의 길은 갈라집니다.
고빈다는 곧바로 고타마를 따라나섭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고타마의 가르침에 깊은 감명을 받고, 그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경험하고 정립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 순간 싯다르타는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삶은 결국 절대자의 가르침에 온몸을 맡기는 것이 아닌, 부딪히고 헤매야 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카밀라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부유한 상인이 되어 돈을 탐닉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잃고 강가에서 절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후 현명한 뱃사공을 만나 초탈과 진리에 다가서는 듯 하다가도,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온 아들의 존재에 크게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경험은 하나의 깨달음으로 수렴됩니다.
“이미 그는 모든 것을, 강물 속에 있는 수많은 소리를 자주 들어 왔으나, 오늘은 다르게 울려 왔다.
(...)
그 소리는 모두 한데 모여 있었다. 그리움의 탄식과 깨닫는 자의 웃음소리, 분노의 외침과 죽어 가는 자의 신음 소리,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있었고, 모든 것이 서로 뒤얽혔고, 결합하여 수천 겹으로 엉켜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모여서, 일체의 소리, 일체의 목표, 일체의 그리움, 일체의 고통, 일체의 쾌락, 일체의 선과 악, 그 모든 것이 합쳐진 것이 세상이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사건의 강을 이루었고, 삶의 음악을 이루었다.”(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中)
이 성찰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모든 유기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한의학의 정체관과도 비슷한 결을 가집니다.
안정적인 공간을 떠나, 절망과 체득을 반복하며 자아를 탐구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또 하나의 책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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