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진짜와 가짜, 그 경계 속에서-「혼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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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그 경계 속에서-「혼모노」

기사입력 2025.11.1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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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대 한의예과 문경록

 

진짜와 가짜는 누가 구분하고, 무엇에 의해 구분되는 것일까? 애초에 진짜와 가짜란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주옥같은 7가지 이야기가 수록된 이 책은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들을 계속 변용해 가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이야기인 <길티 클럽:호랑이 만지기>에서는 원래 영화를 포함한 예술 전반에 관심이 없었으나 기괴할 정도로 독특하고 독자적인 작품관을 보유한 감독의 팬이 된 여성이, 자신과 같이 순수한 애정을 지닌 줄 알았던 팬클럽 동료들이 대부분 현학적 지식을 뽐내는 데만 급급하다는 사실, 그리고 애써 눈을 돌려 왔던 감독의 범죄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인 <스무드>는 한국에 방문한 재미교포 3세대의 눈에 비친 극단적 정치세력 시위대의 모습을 다룬다. 세 번째 이야기는 <혼모노>, 신기가 떠난 것도 모자라 바로 새파랗게 어린 앞집 신애기(어린 무당)에게 신기도 모자라 원래 자신이 지내 주기로 했던 굿까지 빼앗겨 최후에는 굿판에 난입해 발이 작두에 베여 가면서도 미친 듯이 웃으며 작두를 타는 무당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외에도 인간을 위한 건축물의 극한의 효율 추구가 어떻게 인간에 대한 억압으로 변질되는지를 다룬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호의가 오히려 선을 넘는 행위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리는 <우호적 감정>, 자식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 행위들이 어른들에 의한 어른의 육아라는 기형적 형태로 발현되고, 최후에는 대상의 자아가 무시당하는 지경에 이르는 <잉태기>. 그리고 한때 3인조 메탈 밴드라는 꿈을 품었지만 처음 봤던 클럽 공연의 실망스러움, 갈라진 진로 등에 의해 허느새 친구관계와 함께 덧없이 흩어진 꿈을 다루는 <메탈>까지, 넷플릭스 시리즈 뺨치는 참신함과 구성을 갖춘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혼모노>였다. 우선 문학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신력이 쇠퇴하여 자신에게 계속 굿을 맡겨온 고객에게 그 사실을 애써 숨겨야만 하는 초조한 심리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신애기에게 손님도, 심지어 자신이 모시던 신의 신기까지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좌절과 분노가 생생하게 서술되었고, 클라이맥스에선 고통을 초월해 반쯤 광란에 휩싸인 채 마구 작두를 타며 흉내만 내는 놈이 무얼 알겠냐, 신애기가 처음 들어올 때 몰래 던졌던 말을 반복하며 인상적인 마무리를 지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작품 외적으로 보면 진짜와 가짜에 대한 여러 은유가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어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예를 들어, “바나나 맛이 나지만 바나나는 아닌 바나나맛 우유라는 표현에서는 진짜의 탈을 쓴 가짜가 버젓이 거짓을 퍼뜨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주인공이 분명한 신기를 지닌 신애기를 흉내만 내는 놈’, 가짜로 매도하며 무시하는 것은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자신과 다른 것은 무조건 다른 것;, ’가짜라고 매도하는 현재의 세태를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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