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학교 한의학과 김단아
현대 사회에서 ‘마른 몸’은 거의 행복의 필수조건처럼 여겨진다. 소셜 미디어는 매일 완벽한 체형의 이미지로 넘쳐나고, 다이어트는 마치 도덕적 의무인 양 강요된다. 광고판과 영상 속 인플루언서들의 신체는 우리 마음 어딘가에 끊임없는 불안감을 심어놓는다. 하지만 진정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마를까?” 그리고 “마른 몸이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
[몸과 마음은 분리될 수 없다]
한의학을 배우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몸과 마음이 철저히 통합된 하나의 체계라는 것이다. ‘형이 상하면 기가 손상되고, 기가 손상되면 신이 피폐해진다’는 고전의 말처럼, 극도의 다이어트와 무리한 운동은 신체의 정(精)을 소모시킨다. 정은 생명력의 근원이고, 면역력과 회복력의 기초다. 피로하고 무기력한 몸, 항상 배고프고 불안한 상태로 유지된 몸 - 이것이 정말 아름다울까?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도한 식이제한과 과한 운동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 골밀도 감소, 심지어 생식 기능의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을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행복을 뒤로 미루는 삶]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 자체의 행복을 뒤로 미룬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식사를 조심하고, 운동이 의무가 되어 스트레스로 변하고, 거울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불안감이 일상이 된다. 주말마다 칼로리를 계산하고, 옷 입기 전에 몸을 재확인하고,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각도를 고민한다. 이것이 정말 우리가 원하던 삶일까?
20대, 30대를 이렇게 보내는 것은 얼마나 큰 손실인가.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런 것들이 청춘이 아닐까…
[건강함이란 마른 것이 아니다]
필라테스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 깨닫는 게 있다. 가장 활기찬 사람들은 ‘마른’ 사람들이 아니라 ‘강한’ 사람들이다. 근육이 있고, 호흡이 깊고, 눈빛이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거울을 보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건강’을 ‘기와 혈이 잘 순환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이는 체중계의 숫자와는 무관하다. 에너지가 있고, 소화가 잘 되고, 깊은 수면을 취하고, 면역력이 있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 - 이것이 진정한 건강이다. 마른 몸이라도 피곤하고 감기에 자주 걸리고 불안정하면 건강하지 않은 것이다.
[변화는 자기 수용으로부터]
행복한 삶은 자기 몸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자포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현재 몸 상태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그 위에서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운동은 강제가 아닌 선물이 되어야 한다. 마른 몸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과정 그 자체가 행복을 만든다. 마른 몸은 순간이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평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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