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한의학과 김수민
1월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다짐하는, 희망으로 가득한 달입니다. 하지만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는 미래를 바라보는 일만큼이나, 과거와 현재의 나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 또한 중요합니다.
지난 한 해, 혹은 지금까지의 삶에는 여전히 우리의 시선과 어루만짐을 기다리고 있는 묵은 상처가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쁘게 달려오느라 대충 덮어두고, 애써 외면해 온 감정들 말입니다. 반대로 충분히 돌아보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소중한 행복의 조각들 또한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간에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백수린 작가의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를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등단한 지 12년 만에 처음 발표한 장편소설로, 그만큼 깊은 내공과 성숙한 시선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이해미는 어린 시절 사고로 언니를 잃은 뒤,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해 살아갑니다. 해미는 남은 가족들과 파독 간호사로 살아온 이모들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합니다. 어른이 된 해미는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자신의 성장 과정과 그동안 지나쳐 온 감정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눈부신 안부“는 상실을 극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해미는 오랜 시간 슬픔을 말로 꺼내지 못한 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해미의 여정은 우리에게 더욱 낯설지 않게 다가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감정을 미뤄둔 채 살아가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이 건네는 메시지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다만 삶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용기,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일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상실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곧 성장임을 이야기합니다.
1월은 출발선에 서 있는 달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지금의 나와 깊은 대화를 나눠 볼 시간이 필요하다면 “눈부신 안부”는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새해의 첫 문장을 다짐이 아닌 다정한 안부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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