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한의원 원장 민웅기
2000년 4월 1일, 일본은 ‘개호보험(介護保険)’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회보장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고령화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되던 시점이었습니다. 일본은 독일의 개호보험을 참고했지만, 이를 그대로 이식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 사회의 의료·돌봄 현실에 맞게 제도를 재설계했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선택 중 하나가 재택 서비스 영역에 침구(鍼灸)와 안마·마사지·지압(あん摩マッサージ指圧)을 정식 급여로 편입한 결정이었습니다.
일본 개호보험의 구조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돌봄 필요도에 따라 ‘요양(要介護) 1~5’와 ‘지원(要支援) 1~2’로 등급을 나누고, 재택 서비스는 다섯 개의 축으로 제공됩니다. 방문개호, 방문목욕, 방문간호, 방문재활, 그리고 방문 침구·마사지입니다. 이 가운데 침구와 마사지는 ‘방문재활’이라는 공식 범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침구가 보조적 요법이 아니라, 노인의 기능 유지와 악화 예방을 담당하는 재활 서비스의 한 축으로 제도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용 조건은 단순합니다. 담당 주치의가 근육 경직 완화나 관절 구축 예방 등의 필요성을 인정해 동의서를 발급하면, 침구사나 안마·마사지·지압사는 이를 근거로 주 2~4회 정기적으로 이용자의 가정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을 의료기관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와 재활이 노인의 생활 공간으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노인의 몸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습니다. 일본은 개호보험을 통해 노인의 신체를 ‘완치를 목표로 치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관리와 유지의 대상’으로 정의했습니다. 만성기·노쇠 단계에서 침구와 마사지는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 가동성을 유지하여 일상생활 기능을 하루라도 더 오래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이는 병원 입원이나 시설 입소를 지연시키는 효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의료·돌봄 비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선택은 재정 구조에서도 확인됩니다. 2024년 기준 일본 개호보험 총지출은 약 12.7조 엔이며, 이 가운데 재택 침구·마사지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 금액으로는 약 4,800억 엔에 이릅니다. 일본 사회에서 침구와 마사지는 이미 재택 돌봄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을 한국의 현실과 나란히 놓으면 제도적 대비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현재 한국에서 한의 방문진료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국민건강보험」에 근거한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라는 형태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한의 방문진료는 돌봄과 재활의 제도라기보다는, 여전히 치료중심의 건강보험 체계 안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이 구조는 재정 규모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2023년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총 급여비는 약 14조 4,948억 원입니다. 같은 해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투입된 총비용은 약 96억 원(9,633,617,000원)이었습니다. 이를 단순 비교하면, 재택 영역에서 한의 방문진료에 투입된 공적 재원 규모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총지출의 약 0.066%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위치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안에 편입되지 못한 한의 방문 진료는 구조적으로 ‘시범사업’의 형태를 벗어나기 어렵고, 이용 대상과 빈도, 재정 규모 모두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26년 3월에 시행될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침구와 마사지를 개호보험의 ‘방문재활’로 명확히 위치시킨 것과 대비됩니다.
일본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한의 방문 진료를 제도에 포함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노인 재택 돌봄의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기능 저하를 늦추고, 가능한 한 오래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면, 한의 방문 진료와 같은 재활적 개입을 돌봄 제도 안에서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개호보험 시행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 한방은 더 이상 제도 주변부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노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일상을 지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한의 방문 진료는 여전히 건강보험이라는 치료 중심 체계의 외곽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한다면,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왜 한의 방문 진료는 아직, 재택 돌봄의 제도 안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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