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하루의 노곤함을 씻는 30ml,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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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노곤함을 씻는 30ml, 위스키

기사입력 2026.01.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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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남부통합보건지소 공중보건의 김제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술 맛을 잘 몰랐다. 술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분위기를 내기 위한 수단이었지, 맛있다거나 향이 좋아서 일부러 찾는 건 아니었다. 맛있고 시원한 걸 마시고 싶으면 음료수를 마시면 되지 왜 술을 찾느냐는 생각이 강했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긴 저녁을 견뎌내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술의 도움을 받다가 생각보다 깊고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술을 마시는지, 또 어떤 차이가 있길래 그렇게 종류가 많은지 궁금했는데 조금씩 마셔보면서 얕게나마 그 세계를 체험할 수 있었고 초보적인 정도이지만 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을 위해 기본적인 내용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나처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조금씩 접근하다 보면 흥미로울거라 생각한다.

 

위스키란?

사실 모든 술에 관심이 생긴 건 아니고, 위스키 한정이다. 가장 대중적인 희석식 소주는 공산품의 느낌이 강한데, 아날로그 감성을 물씬 풍기는 위스키는 그 맛과 향, 역사와 철학까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술에도 미학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위스키란 한마디로 곡물을 효모 발효하여 증류한 매우 높은 도수의 원액을 오크통에서 숙성한 술이다. 일반적으로 40~50도 정도의 높은 도수를 가지기 때문에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처음 맛봤을 때는 강렬한 알코올 도수에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숨을 쉬다 기침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조금씩 맛본다는 느낌으로 향을 즐기는, 어떻게 보면 차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취하는 술이라기보다 맨정신에 맛볼 때 그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

 

위스키의 역사와 종류, 양조방법

위스키는 감성의 영역이 크기 때문에 어느정도 알고 접근하는 게 이 술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 위스키는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쪽 양조장에서 시작되었다. 맥아, 영어로는 몰트라 부르는 발아한 보리씨앗을 당화하여 발효한 술을 증류하여 60~70도에 달하는 위스키 원액을 만들어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이를 통입이라고 부르며 최소 3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가진다. 이 때 참나무 내의 유효물질이 위스키 내로 섞여들어가며 특유의 향을 만들고, 나무통을 통해 수분과 공기가 출입하며 부드러운 숙성이 이루어진다. 새로운 오크통에 넣으면 오크의 성분이 많이 뿜어져 나오며, 중고 오크통에 넣으면 오크의 향보다는 숙성 자체에 중점을 두게 된다. 몇 년, 몇십 년씩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 중에 증발하는 양이 꽤 되기 때문에 위스키는 다른 술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이 증발량을 천사에게 나누어 준 것이라 하여 Angel's share 라 부른다. 숙성이 끝난 위스키는 정제수와 섞어 도수를 조절한 후 유통을 위해 병에 담기게 되는데, 이를 병입이라 부르며 라벨을 붙이면 우리에게 올 준비를 마치게 된다. 이를 스코틀랜드에서 만든 위스키라고 하여 '스카치 위스키'라 부른다. 스카치 위스키는 위스키의 원조인 만큼 지금도 전세계 위스키 판매량의 8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한다. 지역에 따른 분류로는 미국에서 속을 태운 오크통에 넣어 숙성한 '버번 위스키', 아일랜드 지역에서 만든 '아이리쉬 위스키', 일본의 '재패니즈 위스키' 등이 있다. 각 위스키는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의 특징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스키에 처음 입문하는 경우 한번씩 맛보고 본인의 취향을 찾아가면 된다. 스카치 위스키가 전형적인 위스키의 맛이라면 버번 위스키는 바닐라와 스모키, 스파이시한 맛이 강하며 개인적으로는 재패니즈 위스키의 감칠맛을 좋아한다.

또 원료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는데 몰트만을 발효하여 만든다면 '싱글 몰트 위스키', 이 싱글 몰트 위스키 원액 여러가지를 혼합하여 만들면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라 부른다. 보통 스카치 위스키는 몰트로 만들지만 버번 위스키의 경우 원료의 옥수수 함량이 51퍼센트가 넘고, 밀이나 호밀을 원료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맥아 외에 다른 곡물이 들어가는 위스키를 '그레인 위스키'라 부른다. 상술한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의 원액을 섞어 만든 위스키를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한다. 싱글 몰트 위스키가 특유의 향과 특성이 강하고 블렌디드 위스키가 부드럽다고 하는데 이걸 맛으로 구분할 자신은 없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기보다는 사람마다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종류가 바뀐다.

 

위스키 마시는 법

그냥 마시면 되지 무슨 방법까지 배워야 하냐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알고 마시면 두세 배는 더 맛있고 즐겁다. 또 위스키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주나 맥주보다 도수가 훨씬 강하고 자극이 세기 때문에 무작정 마시면 감당하기 어렵다. 위스키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에어링

위스키는 병입된 이후부터는 숙성되지 않는다. 또 워낙 도수가 높아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다. 사실상 시간이 멈춘 상태와 비슷한데, 코르크 마개를 따고 바로 마신다면 병입된 상태 그대로 마시는 거라고 보면 된다. 오크통에서 충분히 숙성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때 의외로 별로 달갑지 않은 향이 나는 경우가 많다. 버번 위스키의 경우 아세톤 향이 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해야 하는 게 바로 에어링이다. 에어링을 몇 시간, 며칠, 몇 달 거치고 나면 특유의 강한 냄새가 부드러워지고 마시기 좋은 상태가 된다. 병입된 이후에 한 번 더 숙성을 거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거창할 건 없고 뚜껑을 한번 열었다가 다시 닫아놓기만 해도 이루어지는 게 에어링인데, 빨리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잔에 따라 원을 그리며 흔들어서 공기와 충분히 접촉하게 해줘도 좋다. 흔들면 잔 벽면을 따라 위스키가 흘러내리는 게 보이는데, 이를 위스키 레그라고 하며 위스키마다 레그가 떨어지는 속력이 달라 구경하는 맛이 있다.

2) 스트레이트, 온더락, 하이볼

시원하게 마시는 소주나 맥주와는 달리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실온보관하여 잔에 30~50ml정도를 따라 조금 흔들어서 향을 맡아본 뒤 혀가 살짝 잠기는 10ml정도를 한 입에 머금고 향을 느끼며 마신다. 양을 너무 많이 마시면 강한 도수에 향긋함보다는 자극이 세지고, 너무 적게 마시면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마시는 방법이 스트레이트이다. 니트라고도 부른다.

시원하게, 또 약간은 희석해서 부드럽게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온더락으로 마신다. On the rock, 바위 위라는 뜻으로 바위는 얼음을 뜻하며 온더락 잔에 얼음을 넣고 조금씩 마시는 방법이다. 조금 더 시원하고 부드러워지기는 하지만 사실 위스키의 강점인 향을 많이 희석시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법은 아니다.

하이볼은 위스키라기보다는 칵테일에 가깝다. 위스키를 조금 넣고 그의 몇 배에 해당하는 탄산수나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는 방법이다. 위스키의 향도 느껴지면서 청량하고 맛있는 음료를 마시는 느낌이다. 위스키의 도수가 부담스러울 경우, 또 목이 마르고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을 때 찾는다. 비싸고 향이 좋은 위스키보다는 저렴한 라인업의 위스키를 맛있게 마실 때 사용하며 입문방법으로도 추천한다.

3) 테이스팅 노트 참고

위스키의 맛은 보통 향, , 피니시로 나눈다. 첫맛, 중간맛, 끝맛 정도로 이해해도 좋다. 처음 먹는 사람이 맛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나 평론가들이 평가한 내용들을 참고하면 맛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테이스팅 노트라고 한다. 이를테면 바닐라와 꽃향이 나면서 다크초콜릿과 견과류, 건자두와 같은 과일의 맛이 느껴지고 바디감이 두터우며 삼키고 나서는 쓴 맛이 짧고 물 맛과 생강의 매운 느낌이 길게 남는다는 식이다. 맛은 주관적이므로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데, 같이 마시는 사람과 테이스팅 노트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위스키를 고르고 즐기는 법

술집에서 하이볼을 시켜 봐도 좋고, 혼자 위스키 바를 가 봐도 좋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놀러 가서 얻어먹어봐도 좋고, 위스키 동호회에 가입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봐도 좋다. 조금씩 다양하게 마셔 보면서 취향을 찾아보고 맘에 드는 게 있거나 궁금한 게 있다면 한 병씩 사서 놔두고 마시면 된다. 건강에 무리가 가고 취해 잠들 만큼 마시는 게 아니라,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딱 한 잔 마셔서 활력을 되찾고 편안한 수면을 하는 게 좋았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친구와 서로 몇 병 들고 모여서 한 잔씩 나눠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비싼 위스키는 마시지 못하지만 꼭 많이 비싸고 오래 숙성한 것이 아니라도 충분히 맛있고 향긋하다. 한 병 사 놓으면 꽤 오래 마실 수 있으니 나름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취미이기도 하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수단으로써 위스키 입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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