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남남이 되기로 결심하고 이혼을 할 때,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재산분할’입니다. 혼인 기간 중 함께 일궈온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는 과정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혼 신고는 마쳤지만 재산분할 문제를 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전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상대방이 없으니 이제 재산분할 청구는 불가능한 것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청구인(A)은 배우자였던 망인(B)과 협의이혼 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재산분할이 완료되기 전 B가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A는 B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심판을 제기하였습니다.
상대방(B의 상속인들)은 “재산분할청구권은 당사자 사이의 일신전속적인 권리이므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상속될 수 없다”며 이 사건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며 청구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대법원 2024. 11. 27. 자 2024스876 결정).
“재산분할 제도는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보면,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 그의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산분할의 본질인 ‘공동재산의 청산’에 집중하였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부양적 성격이나 정신적 손해배상 성격도 일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각자의 몫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의무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그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채무처럼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본 것입니다.
둘째, 이혼 후 형성된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도모하였습니다. 이혼으로 이미 혼인 관계는 해소되었으므로, 남은 재산 관계를 정리할 권리는 당사자의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기여도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는 ‘공평의 관념’을 명확히하였습니다.
이전까지 이혼 소송 도중 당사자가 사망하면 소송이 종료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많은 분이 이혼 후 사망 시 재산분할도 불가능하다고 오해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이혼 ‘후’에 발생한 사망 사건에서 재산분할의무의 상속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법은 ‘함께 고생해서 일군 재산은 주인이 누구든 정당하게 나누어져야 한다’는 상식을 확인해 준 것입니다. 이혼 후 재산분할을 고민하던 중 상대방의 사망이라는 불행한 일을 겪으신 분들이라면, 당황하지 말고 상속인을 상대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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