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김수민
새 학기, 새로운 도전들이 시작되는 3월입니다. 그런 3월을 맞아 늘 소개하던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닌 인문학 책, 그중에서도 ‘시’를 주제로 한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달 추천 도서는 문학평론가 김익균의 시 담론 <청년의 시 읽기>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을 현재 한국 사회와 연결지어 쉽게 풀어낸 민음사 ‘탐구 시리즈’의 열세번째 작품으로, 작가는 다양한 세대의 일곱 시인들이 청년 시절 쓴 시를 다양한 각도에서 읽어냅니다.
“시인은 길을 이끄는 자가 아니라 독자의 발목을 붙드는 청년이다”라는 뒷표지의 소개 문구는, 이 책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의 걸음을 잠시 멈춰 세우고 깊은 사유로 이끌 것임을 예고합니다.
“시는 왜 읽는가?” 이 근원적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마모되어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라는 존재가 세상의 기준에 자꾸만 잠식되어 간다고 느낄 때가 바로 시를 읽을 시간이다. 시를 읽는 동안 나와 세상 사이에는 구두점 하나가 마련되고 그 구두점은 장차 다른 세상을 발견하고 그 세상으로 건너가게 해줄 디딤돌이 된다.” 시가 가진 모호함이 오히려 시를 읽을 이유가 된다는 명쾌한 시각은 이어질 이야기들에 대한 집중도를 높입니다.
책은 두 개의 커다란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한용운, 서정주, 천상병 시인이, 2부에서는 허수경, 황병승, 황인찬, 차도하 시인이 다뤄집니다. 작가는 각 시인이 청년 시절을 보낸 사회 문화적 맥락, 그 시절을 통과하며 시인들이 느꼈을 감정의 격랑이 시 속에서 승화된 방식을 나직한 필치로 그려냅니다.
특히 1부 1장에서는 한용운 시인이 고향과 가문을 떠나 자신만의 근대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반으로 불교를 선택함으로써 구축한 문학 세계를 그의 대표작인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를 통해 해설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봤을 이 시들이 새삼스럽게, 더욱 아름답게 읽히며 시의 다양한 면모를 체감하게 됩니다.
이 책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책입니다. 덕분에 마치 재밌는 교양 수업을 듣는 듯 편안한 몰입을 느끼며 읽을 수 있습니다. “시는 미학의 대상인 예술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그 일부를 구성하는 텍스트다.” 책의 도입부에 있는 이 문장은 독자를 순식간에 시의 곁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끊임없이 격변하는 세태 속에서 청년이라는 세대가 가진 특수성과 그들이 겪는 실존적 고민은 시대를 불문하고 닮아 있습니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갈수록 시인의 삶이 나의 삶과 겹치고 시는 나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시를 멀게만 느껴왔다면, 또는 스스로의 중심을 더 단단하게 세우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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