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한약과 침 치료에서 변증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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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과 침 치료에서 변증의 무게

기사입력 2026.03.1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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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대창면 보건지소, 한방공중보건의, 조우현

 

한의학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침 치료와 한약 치료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침과 한약은 별개로 발전하였다. , 침을 설명하는 이론과 한약을 설명하는 이론은 서로 통합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기실 한의학의 역사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임상을 하는 한의사라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침 치료와 한약 처방은 서로 다른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약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의사는 환자를 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에 따르면, 변증이란 환자에게 발현된 질환으로부터 을 감별하여 병리 본질을 확정하는 행위이다. 여기서 증()은 환자의 증상과 징후를 종합 분석하여 한의학적으로 진단한 병증으로, 진단과 동시에 치료원칙이 된다. 변증을 끝내야 비로소 치료원칙이 세워지고, 그로부터 한약을 처방한다.

 

침 치료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한약을 처방할 때처럼 정확한 변증을 거쳐야지 침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침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환자의 증을 파악은커녕 변증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라도 침 치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파서 오는 환자에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치료는 아픈 바로 그 부위에 침을 놓는 행위이다. 이른바 아시혈이다. 아픈 곳에 침을 놓는 행위는 자칫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행해져 온 치료법이다. <황제내경 영추 경근편>12경근을 설명하면서 각 경근마다 以痛爲兪, 즉 아픈 부위를 혈자리로 삼으라는 말이 나온다. 무려 한의학의 뿌리인 황제내경에 아시혈의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비록 아시혈이라는 용어는 당나라 시대 의사인 손사막의 <천금방>에 처음으로 나오지만, 실제 사용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아시혈이라는 개념만 알아도 침 치료는 할 수 있다. 근골격계의 통증을 더 잘 풀기 위해서 근육을 자세하게 공부하고, 문제가 되는 근육을 정확하게 침으로 타겟팅 할 수 있는 능력은 의미 있기는 하지만 변증과는 관련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변증의 개념에는 환자의 허실(虛實)의 파악도 포함되어 있다. 만약 환자가 하다면 하는 약재를, 하다면 하는 약재를 중심으로 배합해야 한다. 보해야 하는데 사하거나, 사해야 하는데 보하는 한약을 처방한다면 환자의 고통이 증가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허실의 개념은 한약 사용에 있어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침 치료에서는 그 중요성이 한약에서만큼 높지 않다.

 

예컨대 동씨침법에는 영골·대백의 혈자리 배합이 있다. 재밌는 점은 이 두 혈자리의 조합이 허증인 기허(氣虛)에도 쓰이고 실증인 기체(氣滯)에도 쓰인다는 것이다. 한편, <한의대생과 한의사들을 위한 동씨침법 특강>이라는 책에는 어떤 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교수는 오행침을 주로 사용하는데 영수보사나 9·6 보사 같은 보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컨대 사암침의 대장정격을 놓을 일이 있으면 피부에 수직으로 놓는 직자만 한다. 직자만 해 놓아도 알아서 보사가 다 돼서 맥과 복진 상태가 뚜렷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증의 또 다른 축인 한열(寒熱)도 그러할까? 하면 한 약재를, 하면 한 약재를 위주로 처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침 치료는 보사와 마찬가지로 한열 역시 양방향으로 조절하는 듯이 보인다. 아시혈만 생각해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어깨가 아픈 사람은 염증이 있으니까 어깨에 열이 있는 것일까? 물론 어깨에 열이 있으면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은 뭉치고 아프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하더라도 어깨는 아플 수 있다. 이때 아시혈로 통증을 잡으려고 한다면, 어깨에 열이 있어서 아픈 사람에게는 침이 차갑게 작용하고, 어깨가 한 사람에게는 침이 따뜻하게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환자가 한지 한지에 대한 파악도 침 치료에서는 한약에서만큼 중요하지 않다.

 

요컨대 침 치료는 한약과 달리 변증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 침과 한약에서 변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다르니 실제 한의학의 역사에서 서로 독자적으로 발전하다 후에 통합되었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다만 이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침 치료에서 변증이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한약에서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지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컨대 두통만 하더라도 담음이 유발했다면 풍륭혈을, 간양상항 때문이라면 태충·행간혈을, 기혈허로 아프다면 족삼리, 삼음교 등을 배합하는 식으로, 변증에 따라 침 처방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침 치료에서 변증이 전혀 필요 없다는 주장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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