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 경희대한방병원 진다연
갑자기 한쪽 눈이 잘 감기지 않거나, 웃을 때 입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불안으로 다가온다. 흔히 ‘안면마비’라고 불리는 이 질환은 겉으로 보이는 변화가 크기 때문에 환자에게 심리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다행히 상당수 환자는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지만, 일부는 회복이 더디거나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이런 경우 치료 과정에서 자주 언급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침치료’다.
- 안면마비 전침 치료의 원리
안면마비 전침치료는 침에 약한 전기 자극을 흘려 보내는 치료다. 일반 침치료처럼 얼굴의 특정 경혈(지창, 협거 등)에 침을 놓은 뒤, 그 침에 기계를 연결해 약한 전기 자극을 약 20~30분 동안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기의 강도는 매우 약해 대부분 환자들은 “찌릿찌릿하다”, “근육이 살짝 당기는 느낌이 있다” 정도로 느낀다. 이렇게 전달되는 자극은 마비된 안면신경과 얼굴 근육을 다시 깨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쉽게 말해 손상된 안면신경과 근육을 전기로 살살 깨워 혈액순환을 돕고, 신경과 근육이 다시 일하도록 도와주는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안면마비, 특히 벨마비는 귀 뒤쪽을 지나가는 안면신경이 갑자기 붓고 눌리면서 신경 신호가 얼굴 근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질환이다. 그 결과 눈이 잘 감기지 않거나 입이 한쪽으로 쏠리고,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안면마비 환자의 상당수는 약물치료만으로도 회복되지만, 약 3분의 1 정도는 회복이 더디거나 오래 지속되며 얼굴 비대칭이나 근육 경련(연축), 표정을 지을 때 다른 근육이 함께 움직이는 동시운동 같은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전침치료는 이러한 환자에서 신경 회복을 돕고, 근육이 굳거나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조 치료로 사용된다.
안면신경이 손상되면 신경은 마치 끊어진 전선처럼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전침으로 일정한 전기 자극을 주면 몸 안에서 신경 성장과 회복을 돕는 물질인 신경영양인자의 분비가 늘어나고, 손상된 신경 가지가 다시 뻗어나가는 과정을 돕는다는 실험 결과들이 보고되어 있다. 또한 전침은 안면신경이 지나가는 뼈 속 통로 주변의 혈액순환을 개선해 부어 있는 신경이 가라앉도록 돕는다는 연구도 있다. 즉 눌려 있던 신경 주변의 혈액 흐름을 개선해 붓기를 줄이고,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전침은 신경뿐 아니라 얼굴 근육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신경이 일정 기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신호를 받던 얼굴 근육은 점점 힘을 잃고 위축될 수 있다. 전침은 전기 자극을 통해 마비된 쪽 얼굴 근육을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마치 근육 운동을 시키는 것처럼 근육이 완전히 약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서는 전침치료를 받은 안면마비 환자에게서 얼굴 근육의 혈류가 증가하고, 근육 내 에너지 사용 패턴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근위축 속도가 늦춰지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보고한다. 그 결과 나중에 신경 기능이 회복됐을 때 근육이 이를 받아들이기 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근육과 뇌 회복을 한번에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전침이 뇌의 회복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문제는 단순히 신경과 근육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움직이는 뇌의 신경 회로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뇌영상 연구에서는 안면마비 환자가 얼굴을 움직일 때 원래 사용되던 영역이 아니라 다른 부위가 과하게 동원되거나 좌우 활동 균형이 깨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침이나 전침치료를 일정 기간 받은 뒤 이러한 뇌 활동 패턴이 정상에 가까운 형태로 조정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런 변화가 얼굴 대칭 회복과 함께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말초의 신경과 근육을 자극하는 과정이 뇌로 다시 신호를 보내, 뇌가 얼굴 움직임을 재학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침치료에 사용되는 전기 자극의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다.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성긴–빽빽한 파형(sparse-dense wave)’이다. 이는 낮은 빈도의 자극과 조금 더 빠른 자극이 번갈아 나오는 형태다. 한 연구에서는 안면마비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비교했을 때, 성긴–빽빽한 파형 전침치료군의 총 유효율이 98%, 일반 연속파 전침치료군은 86%로 보고되었다. 얼굴 경련의 회복률 역시 성긴–빽빽한 파형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회복기에는 보통 20Hz 안팎의 비교적 낮은 빈도의 자극을 사용해 마비된 표정근이 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
전침치료가 언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안면마비 초기 단계에서 전기 자극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스테로이드 치료와 함께 적절한 강도의 전침을 시행할 경우 안면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줄이고 신경 기능 회복을 돕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발병 후 2개월 이상 지나도 회복이 더딘 난치성 안면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전침을 포함한 침치료가 다른 치료보다 회복률이나 완전 회복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되기도 했다. 다만 연구 방법과 질에 차이가 있어, 어느 시점에서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한의학에서는 안면마비를 ‘구안와사’라고 부르며, 외부의 바람이나 추위 같은 요인이 침입하거나 기혈 순환이 막혀 얼굴 쪽 경락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상태로 설명한다. 그래서 얼굴로 이어지는 경락에 침이나 전침을 시행해 막힌 기혈을 풀고 근육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개념으로 치료한다. 현대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치료 부위는 실제로 안면신경 가지와 얼굴 근육, 혈관이 모여 있는 지점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그 부위를 침과 전기 자극으로 자극하면 신경 재생, 혈류 개선, 근육 기능 유지, 뇌의 재학습과 같은 생물학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설명이 서로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