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통합돌봄법 시대, 한의 방문 진료의 안착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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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법 시대, 한의 방문 진료의 안착을 위한 조건

기사입력 2026.03.1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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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한의원 원장 민웅기

 

20263,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돌봄법)이 전면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 법의 핵심은 고령자와 장애인이 병원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집에서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변화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정착되어야 합니다.

 

일본 사례가 주는 교훈: 제도적 안착의 중요성

일본은 우리보다 25년 앞선 2000년에 개호보험을 도입하며 재택 중심의 돌봄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침구와 마사지 같은 전통 의학적 치료가 방문재활범주에 명확히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은 주치의 소견만으로 주 2~4회 정기적인 방문 치료를 보장하며, 2024년 기준 재택 침구·마사지 지출이 전체 개호보험 재정의 약 3~4%를 차지할 만큼 안정적인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령자의 기능 유지와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이미 검증된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현실: 구조적 불균형과 선택권의 제약

반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여전히 제도적 주변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약 422개소 중 한의원이 참여한 곳은 26%(111개소)에 불과합니다. 특히 재택의료센터 추가지정에서 서울은 13개의 의원이 선정된 반면 한의원은 1곳에 그쳤고, 경기도에서도 19개의 의원과 달리 한의원은 1곳만 지정되어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경기도 31개 지역에서 한방 의료 기관이 채택된 곳은 15개 지역뿐으로 16개 지역에서는 한방 치료 선택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일차의료 한의 방문 진료 시범사업에 이미 500곳 이상의 한의원이 참여하고 있고 이용자 만족도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설계 단계의 구조적 불균형 때문에 환자가 원해도 한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참여율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 의료 선택권침해로 이어집니다.

 

한의 방문진료 안착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첫째, 한의약의 특수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수가 체계의 마련입니다.

방문진료는 이동 및 진료 시간뿐 아니라 재가 환자의 지속적인 관리 과정이 수반됩니다. 고령 환자의 기력 회복과 기능 개선에 탁월한 한의약 처방에 대한 급여 적용과 상담 및 모니터링을 포함한 지속적 건강 관리 수가가 신설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현재 의과 방문진료에만 인정되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등 동반 인력 수가 제도를 한의 방문진료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동반 인력 수가가 신설될 경우 전문 인력 확충과 보다 체계적인 방문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양방 중심을 벗어난 실질적인 한의 독자 모델의 정립입니다.

현재 재택의료 정책은 표면적으로 한의의 참여를 허용하나, 실제 운영은 양방 중심의 구조 안에서 참여하는 수준입니다. 진정한 통합돌봄을 위해서는 한의 재택의료센터가 독립적 모델로 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상자의 진료 선택권 보장과 효율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의 재택의료센터를 모든 지자체로 확대하고, 의과와 동등한 수준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아울러 현재 월 100건으로 제한된 한의 방문진료 가능 건수를 의과와 동일하게 월 140건 수준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방문 건수 제한은 추가 한의사 인력 고용과 방문 전담형 의료기관 운영 기반을 약화시키는 제도적 차별입니다. 실제 방문진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의사 인력이 의사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점은 한의계의 준비된 역량을 증명합니다. 따라서 한의학 특성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진료 매뉴얼과 행정 권한을 보장하는 한의 주도형 모델이 정책의 기본계획에 명시되어야 합니다.

 

셋째, 장기요양 체계 내 공식적인 선택지로의 제도화와 사업 간 연계입니다.

장기요양 돌봄 체계 안에서 한의 방문치료를 하나의 공식적인 선택지로 제도화하고, 일본처럼 방문재활과 유사한 별도 급여 항목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한의사 장애인·어르신 주치의 사업과 방문진료 사업의 연계 추진이 필수적입니다. 대상자의 상당수가 노인과 장애인인 만큼, 주치의 제도와 방문진료를 결합하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지자체 통합지원회의나 돌봄 판정 과정에 한의사의 참여를 정례화하고, 노쇠·근감소증·만성 통증 등 고령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 한의학적 평가가 반영될 수 있는 행정적 통로를 마련한다면 보다 정밀한 돌봄 계획 수립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통합돌봄 시대의 의료는 치료를 넘어 기능 유지와 삶의 질 관리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삶이 이루어지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부터 시작되는 의료가 바로 통합돌봄의 기반입니다. 2026년 본 사업의 성공을 위해, 이제는 정부 및 각 지자체가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한의 방문 진료의 독자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온전히 담아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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