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혀끝을 깨우는 작은 약재, 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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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을 깨우는 작은 약재, 산초

기사입력 2026.03.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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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대학교 한의학과 김형은

 

추어탕을 먹을 때면 식탁 위에 작은 통 하나가 놓인다. 누군가는 산초가루라 하고, 누군가는 초피가루라 부른다. 한 숟가락 넣는 순간 국물의 향이 달라지고, 혀끝이 살짝 저리면서 식욕이 살아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얼얼한 향. 우리는 이 작은 열매를 보통 향신료로만 생각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약으로도 사용해 왔다.

 

산초는 운향과에 속하는 식물로 학명은 Zanthoxylum schinifolium이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비슷하게 생긴 초피나무인 Zanthoxylum piperitum와 함께 오래전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활용돼 왔다. 두 식물은 모양이 비슷하지만 향과 쓰임에 차이가 있다. 초피는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반면, 산초는 향이 비교적 부드럽다. 그래서 추어탕이나 김치 같은 음식에는 산초가 더 자주 사용된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라탕 역시 이 산초 계열 향신료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마라탕의 ()’는 혀가 저리는 느낌을, ‘()’는 매운맛을 뜻한다. 이 독특한 얼얼함의 정체는 화자오라 불리는 향신료인데, 산초와 같은 속()의 식물이다. 입안이 저리면서도 묘하게 계속 먹게 되는 그 자극은 단순한 매운맛이 아니라, 신경을 직접 건드리는 감각이기도 하다.

 

산초의 얼얼한 맛은 산쇼올(sanshool)’이라는 성분에서 나온다. 이 물질은 우리가 단맛이나 짠맛을 느낄 때 작용하는 미각수용체가 아니라, 온도와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 수용체를 자극한다. 특히 열과 통증을 인지하는 TRPV1 수용체와 결합해 혀가 뜨겁고 저린 듯한 감각을 만든다. 그래서 산초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혀끝에서 시작된 얼얼함이 입술과 입천장으로 천천히 퍼지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도 산초는 중요한 약재로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산초를 촉초(蜀椒)나 천초(川椒)라 부르며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있다고 설명한다. 속을 따뜻하게 해 한기를 몰아내고, 습기를 제거해 통증을 멎게 하며, 벌레를 죽이고 생선의 비린내를 없앤다고 했다. 실제로 산초는 따뜻한 성질을 지닌 온리약(溫裏藥)에 속하며, 복부 냉증이나 소화 기능이 약할 때 활용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산초를 음식과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했다. 김치를 담글 때 넣어 발효를 돕고, 추어탕에는 향신료로 더해 비린내를 잡았다. 산초기름은 기관지와 폐를 돕는 민간요법으로 쓰였고, 잎을 물에 풀어 물고기를 잡는 데 사용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작은 열매 하나가 음식의 풍미를 바꾸고 몸의 기운을 움직이는 셈이다.

 

다만 산초는 약성이 강한 약재이기도 하다. 성질이 따뜻하고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과하게 먹으면 기운을 상하게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도 오래 복용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을 경계했다. 향신료처럼 보이지만, 그 쓰임에는 늘 절제가 따랐다.

 

산초를 떠올리면 먼저 코끝을 스치는 향이 떠오른다. 그 뒤에 혀끝을 살짝 깨우는 얼얼한 자극이 따라온다. 강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향은 음식의 맛을 깊게 만들고 몸의 기운을 조금씩 움직인다.

 

어쩌면 산초의 매력은 바로 그 미묘한 자극에 있는지도 모른다. 음식의 풍미를 돋우는 향신료이면서 동시에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 작은 열매 하나에 담긴 오래된 지혜가, 오늘도 우리의 식탁 위에서 조용히 향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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