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마다 다른 한의사보다 더 잘 치료하는 자신만의 분야가 있습니다. 이를 특화하여 그 질환군만 진료를 보는 한의원들이 있기도 합니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나 한의사 입장에서나 같은 범주의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진료 과정에 있어서 환자에게 안정감을 넘어서는 신뢰감을 줄 수도 있고, 실제로 치료율이 더 높아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날의 칼처럼, 질환별로 특화하여 나누어 진료하는 것만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두통이 있을 때는 두통 전문, 장이 안 좋을 때는 장 질환 전문인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한편으로는 전문적이고 타당해 보이지만, 항상 처음 가는 병원에서 “나”에 대해 잘 알기란, 내가 오래도록 다녀온 한의원의 원장님 만큼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의 특징 중 서양의학과 다른 점을 들 때, 아픈 부위 한 곳만 보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보고 치료하는 전일(全一)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를 평소에 잘 치료해 주었던, 나와 의사-환자의 신뢰관계가 높이 형성되어 있는 환자라면, 그 환자가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프든, 그 한의사가 그 환자를 위해서는 가장 잘 치료하는 한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허리 염좌가 자주 오는 사람이 있고, 잘 체하는 사람이 있고 다양한데, 이 와중에 살펴보면, 잘 다치는 부위 외에 이 사람의 생활습관, 체질, 잘 아플 수 밖에 없는 부위 등이 예견되기도 합니다.
그 동안 피부 문제가 생겨서 피부 전문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며, 발목 염좌나 허리 염좌 치료차 내원하는 오랜 재진 환자가 말하곤 합니다. 서양의학의 분과처럼, 배가 아플 때 내과에 가고 관절이 아플 때 정형외과에 가는 것처럼 한의학에 대한 인식도 바뀐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합니다.
그러나, 한의원이나 한의사 입장에서 살펴보면, 일반 근육통이나 염좌 환자와, 양약 치료와 검사를 오래도록 하여도 낫지 않아 지친 만성 통증이나 공황장애 등의 신경정신과 질환 환자는 똑같이 대해서는 안될 것이므로, 일반적인 접수 -> 침, 뜸, 부항 치료 -> 수납 의 과정에 “α” 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다 알고 있는 질환이나 상태여도, 어떻게 설명을 하고 포장을 하느냐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α“가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환자들일수록 치료 과정에서 의사와의 상담을 중요시 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상담이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당한 수가 체계가 마련이 되거나, 침 시술 같은 실제 시술 만큼 중요한 진료의 중요한 한 영역임을 환자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의료시장의 변화도 더욱 빨라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의료가 아닌 영역에서 의료보다 더 우수한 것처럼 광고가 넘쳐나기도 하는데, 이런 때일수록 한의사로서의 자존감과 품위를 지키면서 나를 찾아주는 환자들을 더 잘 고칠 수 있도록 심신을 다잡는다면, “내가 어디가 아프든, 저 한의사 선생님한테 가면 나아.” 또한 더 나아가서 “한의원 가면 다 나아.” 라는 말이 회자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