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의학에서의 미신, 그리고 근거중심의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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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에서의 미신, 그리고 근거중심의학(2)

기사입력 2017.04.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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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한의사들이 근거중심의학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몇몇 양의사들이 근거중심의학을 본인들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양의사의 경우는 근거가 없으면 한방치료지만 중간에라도 근거가 발견되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므로 양방치료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주장은 매우 엉터리지만 무시할 수가 없는 게, 천연물신약이나 dry needling등 근거수준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근거를 갖추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름만 바꾸어서 양방에 침해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근거중심의학은, 국민 건강에 이바지해야 하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단지 양의사가 한의학을 침탈하는 방법론으로 오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방의 횡포가 근거중심의학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근거중심의학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한의사의 의권을 지켜야 할 이유가 될 뿐이다. 양방의 논리에 휘말려서 근거중심의학이 아닌 무엇을 찾으려고 한다면 결국 사회의 요청을 거부하며 스스로의 권위만을 내세우겠다는 것 밖에는 안 된다. 오히려 양방의 논리에 맞서서 근거중심의학의 개념을 재정립함으로써, 전통한의학과 전통한의학에 기초한 현대한의학의 소임을 다할 수 있다.

 

근거중심의학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일반인들을 설득할 수 있게 된 대표적인 사례로, 통증질환에 대한 침치료 효과를 들 수 있다. 2011년 까지만 해도, 양의사들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단체에서 침은 미신이라는 식의 광고를 시행하였다. 침치료 받는 거 자체를 어리석은 행동으로 각인시키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2012, 침치료 효과에 대한 메타분석논문이 발표되어 침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탄탄하게 확립됨에 따라, ‘침은 미신이라고 하는 주장이야 말로 미신적임이 증명되었다. 심지어 2017년에는 미국내과학회에서 요통치료에서 첫 번째로 선택할 만한 치료 중에 침 치료를 선정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오히려, 침 치료를 선행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태도임을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근거중심의학이 한의사의 변증시치의 의의를 설명해준 사례도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관해 이루어진 RCT연구에 따르면(JAMA, 1998), 한약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효과적이지만 특히 변증시치를 통해 개별화된 처방을 할 경우 그 치료효과가 더 오래 지속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질의 근거야 말로, 한의학의 유용성을 증명하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 있다.

 

근거중심의학이 실제 한의사의 임상에 도움이 된 사례 중 논쟁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는,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를 들 수 있다. 실제 한약에 의한 부작용중 심각한 부작용은 드물다. 워낙 드물기 때문에, 임상의 개인의 관찰에 포착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양방에서 편향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는 그 자료의 편향성에 대해 지적하면 될 일이다(가령 연구자별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 등). 그와 같은 편파적인 자료를 배제하고 일본 등에서 작성된 보다 양질의 자료를 참조한다면, 고전의 적응증과 금기증을 이해하고 임상에서 치료 중 경과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근거중심의학은 한편으로는 의료의 적절성과 유효성을 반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에 의료행위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의학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도입된 개념으로, 이를 바탕으로 의학은 비로소 과학화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근거중심의학을 칼과 창으로 삼아 남을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몇몇 사례 때문에,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무리한 주장에 오도되어 근거중심의학이 아닌 그 무엇을 찾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근거중심의학은 한양방 모두에 평등하며, 따라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은 한양방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 위에 한의학에 대한 침해를 충분히 방어하면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한양방의 공통된 방법론으로써 근거중심의학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송문구 원장 copy.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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