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록도병원 한의과 공중보건의사 강문식
지난주 목요일, 논산 훈련소에서 갓 나온 동기와 후배들이 연락을 해왔다. 3주 동안의 훈련소 생활은 어땠고, 지역배치를 어떻게 받게 되고, 근무지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인계장은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등이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가 되었는데, 필자 역시도 2년 동안 겪은 경험을 추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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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전라남도 끝인 고흥, 그중에서도 제일 멀다고 할 수 있는 소록도에 있다. (고흥의 나로도, 거금도, 그리고 전남의 다른 지역에 계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2년 전인 2024년 4월부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근무 중인 3년차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이다. 학부생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보의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어와서,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머리를 밀고 훈련소에 입소하였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시는 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당시 논산 훈련소 3주는 인생에서 제일 긴 3주라고 생각이 들었다. 6년 만에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훈련을 받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하는 것이 꽤나 불편하고 쉽지 않았다. (훈련소에 나와서는 일명 ‘논산 폐렴’이라고 부르는 심한 목감기에 걸려 쉰 목소리로 2~3달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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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를 내려오는 첫날에는 차가 없어서 부모님 차를 타고 내려왔다. 고흥의 우주항공로를 달려가다 보면 ‘우주휴게소’라는 이름의 작은 휴게소가 있는데 거기서 먹은 꼬막비빔밥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맛도 맛이고 얼떨결에 고흥에 내가 있다는 게 안 믿겼던 탓이다. (우주휴게소는 매주 일요일 휴무이다.)
처음 소록도에 도착했을 때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병원 본관을 아무리 둘러봐도 한의과 진료실이 없는 것이다. (소록도 병원은 본관과 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고 보니 한의과 진료실은 병원 별관에 있었다. 나중에 병원 직원 선생님들 말씀으론, 까까머리를 한 남자아이(원내에는 20대 직원이 거의 없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병원 여기저기를 누비고 있어서 딱 봐도 새로 온 공보의로 짐작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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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걸쳐 소록도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소록도는 너무나 아름다운 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소록도병원, 중앙공원, 교회와 성당, 소록도박물관, 녹동초등학교소록도분교 등 소록도 곳곳에 스팟들도 많고, 친절한 직원분들과 환자분들, 주로 밤이 되면 내려오는 사슴떼까지 정말이지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소록도와 관련된 역사를 자세히 알아보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름다운 소록도에서 지내다보니, 여태 살면서 느껴보기 어려웠던 ‘평화롭다’라는 감정을 자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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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를 졸업하고 첫 직장이다보니, 갓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진료를 열심히 보았다. 환자분들과 직원분들께 인사도 열심히 했다. 예쁘게 봐주신 덕분일까, 2년 동안에 한의과 외래 환자 수는 크게 늘었다. 외래, 마을, 병동을 가리지 않고 진료를 보았다.
그동안 나름 한의학에 애정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진료는 그 애정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매일 오후마다 진료실에서 시간이 나는대로 한의학 서적을 끼고 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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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직접 보고난 후 느끼는 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의학은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한의학은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 이전부터 꾸준히 한의학 무용론을 외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원래 한의계 밖에 사람들뿐이었는데, 최근 들어 ‘스톡홀름 신드롬’에 걸린 내부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분들이 한의학의 힘으로 치료된 환자들을 만나보면 좋겠다. 현대의학의 인정을 받아내지 못한 채 한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한의학의 인정을 받고 더 나은 상태가 되거나 씻은 듯이 병이 낫기도 한다. 한의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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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공중보건의사 마지막 연차가 되었다. 3년간 이동 없이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록도’, ‘한센병’, ‘한센인’에 대해 이름도 생소하였으나 지금은 누구보다 ‘소록도’, ‘한센병’, ‘한센인’을 애정하고, 이해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연재할 기사를 통해 ‘소록도’, ‘한센병’, ‘한센인’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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