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한의원 대표원장 신윤종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만….”
이 문장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익숙하게 등장하는 표현이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의 상태가 워낙 위중해 더 이상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인다. 그러나 이 문장은 비단 창작물 속 대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릎이나 허리 수술을 받은 뒤에도 통증이 남아 병원을 찾았을 때, “수술은 잘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는 환자들의 이야기 역시 임상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이 말을 처음 들으면, 수술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마치 의료진의 역할은 이미 끝났고, 그 이후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마음 한편에 질문이 남는다. 수술이 잘 되었는데도 왜 증상은 기대만큼 호전되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영화 <올드보이>에는 “틀린 질문을 하면 틀린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수술은 잘 되었나요?”라는 질문 자체가 애초에 핵심을 비켜간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던졌어야 할 질문은 다른 곳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수술을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환자가 적극적으로 수술을 요구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수술은 의사의 권유에 의해 결정된다. 의료 지식의 격차가 존재하는 관계에서, 환자가 의사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그 권유를 거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의사의 입장에서 수술은 대개 최후의 선택지에 가깝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있어도, 수술 이후에 다시 선택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수술을 권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일이다.
다만, 수술이 필요하다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항상 충분히 숙고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최근에는 영상진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학적 검사나 환자의 증상 경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우도 보인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소 성급하게 수술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을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수술 이후에 “수술이 잘 되었는가”만큼이나 중요한 질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수술이 정말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의사의 전문성과 판단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그 판단을 객관적으로 차분히 되짚어보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수술 이후에 남는 말이 “수술은 잘 되었다”라는 문장뿐이라면, 어쩌면 그보다 앞서 놓쳤던 질문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수술이 정말 필요했는지, 다른 선택지는 충분히 검토되었는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의료에 대한 신뢰가 무비판적인 수용으로 이어져 정작 꼭 필요한 질문을 생략한다면, 결국 제대로 된 대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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