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박민지
자음건비탕(滋陰健脾湯)은 기혈허손과 담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현훈, 심계, 불안, 조잡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제이다. 단순한 어지럼증 처방이 아니라, 심비허약을 중심으로 기·혈·담·음의 불균형을 동시에 조절하도록 설계된 복합 처방이라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가 크다. 특히 자음건비탕은 고전 의서 간의 해석 차이와 용량 체계의 변화를 통해, 전통 처방이 현대 임상에 맞게 어떻게 재구성되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1. 자음건비탕의 출전과 처방 형성 배경
자음건비탕의 원출전은 《만병회춘(萬病回春)》으로, “기혈허손으로 인해 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현훈이 나타나는 경우를 치료하는 선제(仙劑)”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현훈을 단순한 두부 증상이 아니라, 기혈의 허손과 담음이라는 전신 병리의 결과로 인식한 처방임을 의미한다.
이후 자음건비탕은 《동의보감》에 수록되면서 병리 해석과 처방 운용의 초점이 변화한다. 《만병회춘》에서는 당귀를 신약으로 설정하여 사물탕류를 토대로 한 보혈·자윤 작용을 중시한 반면, 《동의보감》에서는 반하를 신약으로 삼아 담음을 제거하고 산결하는 작용을 강조하였다. 이는 자음건비탕이 단순한 보혈 처방에서 벗어나, 기허로 인한 담음 생성과 그로 인한 현훈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방향으로 재해석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약물 구성 차이가 아니라, 현훈의 병인을 ‘혈허 중심’에서 ‘기허담성·심비허약’으로 확장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이후 《방약합편》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자음건비탕을 기혈허와 담음이 겹친 현훈의 표준 임상방으로 정리하였다.
아래 표는 《방약합편》과 《만병회춘》에 기재된 자음건비탕의 원문 및 해석에 대한 내용이다.
[방약합편 원문]
|
【八十一】 滋陰健脾湯 《寶》 |
| ∙ 治臨事不寗眩暈, 此心脾虛怯也。此治氣血虛損, 有痰飲作眩之仙劑。 |
|
∙白朮一錢半, 陳皮(鹽水洗去白)、半夏、白伏令 各一錢, 當歸、白芍藥、生乾 地黃 各七分, 人參、白伏神、麥門冬、遠志 各五分, 川芎、甘草 各三分. ∙薑三片, 棗二枚. |
[방약합편 원문의 해석]
|
【상081】 자음건비탕 《동의보감》 |
|
∙ 일이 닥치면 불안하고 어지럼증이 있는 증상을 치료하니, 이는 심비(心脾)가 허하여 겁을 먹은 것이다. ∙ 이 약은 기혈(氣血)의 허손으로 담음(痰飲)이 생겨 어지러운 증상에 매우 좋은 약제이다. |
|
∙ 백출 1.5돈, 진피(소금물에 씻어 흰 속을 제거한다)·반하·백복령 각 1돈, 당귀· 백작약·생건지황 각 7푼, 인삼·백복신·맥문동·원지 각 5푼, 천궁·감초 각 3푼 ∙생강 3조각, 대추 2개 |
[만병회춘 원문 및 해석]
|
원문 |
|
∙此治氣血虛損有痰作眩暈之仙劑也 ∙當歸酒洗 陳皮益水洗 白茯苓各一錢 白芍酒炒 生芐酒洗八分 白朮一錢半 人 蔘 白茯神 半夏 麥門冬 遠志各七分 川芎五分 甘草各四分 ∙右剉一劑薑棗水煎早晩服 |
|
해석 |
|
∙이 처방은 기혈허손과 담으로 현훈을 다스리는 뛰어난 처방이다(선제). ∙당귀 진피 백복령1전, 백작약 생지황8푼, 백출1전반, 인삼 백복신 반하 맥문동 원지 각7푼, 천궁5푼, 감초각4푼 ∙한제에 생강과 대추를 넣어 달여 아침 저녁으로 복용한다. *芐: 지황 하/호 |
두 고서의 원문 내용을 비교하여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만병회춘과 동의보감 속 자음건비탕 원문 비교]
|
구분 |
萬病回春(1587年) |
東醫寶鑑(1613年) |
비교 |
||
|
구성약물 |
분량(錢) |
구성약물 |
분량(錢) |
||
|
군 |
白朮 |
1.5 |
白朮 |
1.5 |
군약 동일 |
|
신 |
陳皮, 白茯苓,當歸 |
1.0 |
陳皮, 半夏, 白茯苓 |
1.0 |
신약의 차이, 생지황 → 생건지황 |
|
白芍藥, 生地黃 |
0.8 |
當歸, 白芍藥, 生乾地黃 |
0.7 |
|
|
|
좌 |
人蔘, 半夏, 白茯神, 麥門冬, 遠志 |
0.7 |
人蔘, 白茯神,麥門冬,遠志 |
0.5 |
반하의 유무 |
|
사 |
川芎 |
0.5 |
川芎 |
0.3 |
감초, 천궁의 용량 차이 |
|
甘草 |
0.4 |
甘草 |
|||
|
生薑三 大棗二 |
|
生薑三 大棗二 |
|
동일 |
|
2. 자음건비탕의 구성과 활투를 통한 임상 운용
자음건비탕의 기본 구성은 백출을 군약으로 하여 비위의 운화 기능을 회복시키고, 진피·반하·복령을 통해 담음을 조절하며, 당귀·백작약·지황 등으로 혈을 보하고, 인삼·맥문동·원지·복신을 통해 심·폐와 정신 기능을 보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생강과 대조를 배합하여 약물 간 조화를 도모한다.
[방약합편 활투 원문 및 해석]
|
〈活套〉 ∙ 氣虛, 倍參三五錢. ∙ 頭風, 加天麻、防風、荊芥. ∙ 有汗, 加桂枝、黃芪. |
|
〈활투〉 ∙ 기허에는 인삼을 3~5전으로 증량한다. ∙ 두풍에는 천마, 방풍, 형개를 가한다. ∙ 자한에는 계지와 황기를 가한다. |
《방약합편》에서는 자음건비탕의 임상 활용을 넓히기 위한 활투를 제시하고 있다. 기허가 두드러질 경우 인삼의 용량을 증량하여 보기 작용을 강화하고, 두풍이나 두통이 동반될 경우 천마·방풍·형개를 가미하여 거풍지현 작용을 보강한다. 자한이 있는 경우에는 계지와 황기를 가하여 위기(衛氣)를 고섭하도록 한다.
현대 임상에서는 이러한 활투를 바탕으로, 혈허가 심한 경우 숙지황을 보강하거나, 불면과 불안을 동반하는 경우 산조인·원육 등을 가미하여 안신 작용을 강화하는 등 환자의 병태에 따른 유연한 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자음건비탕이 고정된 처방이 아니라, 심비허약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증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닌 처방임을 보여준다.
3. 방해(方解)를 통해 본 자음건비탕의 병리 구조
[자음건비탕의 구성과 관련된 기본방]
|
구분 |
구성약물 |
분량(錢) |
연관 방제의 구성과 작용 |
|
군 |
백출 |
1.5 |
사군자탕(인삼·백출·백복령·감초) → 보기보비 |
|
신 |
진피, 반하, 백복령 |
1.0 |
이진탕 (반하·진피·복령·감초) → 거담 |
|
육군자탕(사군자탕+이진탕) → 기허담성 |
|||
|
당귀, 백작약, 생강지황 |
0.7 |
사물탕 (당귀·백작약·생지황·천궁) → 보혈 |
|
|
좌 |
인삼, 백복신, 맥문동, 원지 |
0.5 |
사군자탕(인삼·백출·백복령·감초) → 보기 |
|
팔물탕(사군자탕+사물탕) → 보기혈 |
|||
|
정지환(인삼·백복신·원지)去석창포 → 안신익지 |
|||
|
생맥산(인삼·맥문동)去오미자 청폐보심 |
|||
|
사 |
천궁, 감초, 생강, 대조 |
0.4 |
생강·대조 → 약의 氣味 및 諸藥 조화 |
[자음건비탕 구성 기본방과 병리 연관성]
|
관련 방제 |
관련 병리 |
치법 |
|
사군자탕 정지환(석창포 제거) |
심비허겁 |
補心脾 安神益智 |
|
사군자탕, 이진탕 육군자탕 |
기허담성 |
補氣祛痰 |
|
사군자탕, 사물탕 팔물탕 |
기혈양허 |
補氣血 |
|
생맥산(오미자 제거) |
심비허 |
潤肺補心 |
자음건비탕의 방해를 살펴보면, 이 처방이 단일 병증이 아닌 복합 병리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군자탕과 정지환류의 구조를 통해 심비허약으로 인한 정신신경계 및 소화흡수 기능 저하를 다스리고, 이진탕과 육군자탕의 요소를 통해 기허로 인한 담음 생성과 탁기상승을 조절한다.
여기에 사물탕과 팔물탕의 구조가 결합되어 기혈양허 상태를 보완하고, 생맥산류 약물이 심·폐 허손을 보조한다. 이러한 합방 구조는 자음건비탕이 ‘기허 → 담음 → 혈허 → 심비허약’이라는 병리 흐름이 서로 얽혀 나타나는 환자에게 적합한 처방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자음건비탕은 단순히 어지럼증을 억제하는 처방이 아니라, 현훈을 유발하는 전신 허손과 담음 병리를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처방으로 이해할 수 있다.
4. 용량 분석을 통한 현대 자음건비탕의 재구성
[방약합편, 만병회춘 속 약재용량의 현대적 환산]
|
약재 |
방약합편 (돈·푼) |
방약합편 환산(g) |
만병회춘 (돈·푼) |
만병회춘 환산(g) |
현대조성(g) |
기반 |
|
백출 |
1.5돈 |
5.625×0.8=4.5 |
1.5돈 |
4.5 |
4.5 |
공통 |
|
진피 |
1돈 |
3.75×0.8=3.0 |
1돈 |
3.0 |
3.0 |
공통 |
|
반하 |
1돈 |
3.75×0.8=3.0 |
7푼 |
2.625×0.8=2.1 |
2.1 |
만병회춘 |
|
백복령 |
1돈 |
3.0 |
1돈 |
3.0 |
2.1 |
독성·약력 조정 |
|
당귀 |
7푼 |
2.625×0.8=2.1 |
1돈 |
3.75×0.8=3.0 |
3.0 |
만병회춘 |
|
백작약 |
7푼 |
2.1 |
8푼 |
3.0 |
2.4 |
만병회춘 감량 |
|
생지황 |
7푼 |
2.1 |
8푼 |
3.0 |
2.4 |
만병회춘 감량 |
|
인삼 |
5푼 |
1.875×0.8=1.5 |
7푼 |
2.625×0.8=2.1 |
2.1 |
만병회춘 |
|
백복신 |
5푼 |
1.5 |
7푼 |
2.1 |
2.1 |
만병회춘 |
|
맥문동 |
5푼 |
1.5 |
7푼 |
2.1 |
2.1 |
만병회춘 |
|
원지 |
5푼 |
1.5 |
7푼 |
2.1 |
2.1 |
만병회춘 |
|
천궁 |
3푼 |
1.125×0.8=0.9 |
5푼 |
1.875×0.8=1.5 |
2.4 |
만병회춘 증량 |
|
감초 |
3푼 |
0.9 |
4푼 |
1.5×0.8=1.2 |
1.2 |
만병회춘 |
자음건비탕의 현대적 조성은 《만병회춘》과 《방약합편》의 도량형을 조선 후기 도량형 기준에 따라 환산한 뒤, 현대 탕전 환경에 맞게 일부 조정된 형태이다. 전통 용량의 약 80% 수준이 적용되는데, 이는 약재의 품질 향상과 약력 강도의 증가, 그리고 장기 복용 시의 안전성을 고려한 결과이다.
용량 분석 결과, 백출과 진피는 고전과 동일한 용량 체계를 유지하여 비·담 조절의 기본 골격을 형성하는 반면, 당귀·지황·백작약·인삼·맥문동·원지 등 혈·음·신 계열 약물은 대부분 《만병회춘》의 환산 용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다만 백복령과 백작약, 생지황등은 이수·점조 작용이 과도해질 경우 음혈 손상이나 소화 부담을 초래할 수 있어 감량되었으며, 천궁은 활혈·거풍·현훈 억제 작용을 강화하기 위해 증량되었다.
이러한 용량 조정은 약물의 약력, 안전성, 병증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임상적 균형 조정의 결과로, 전통 처방을 현대 임상에 맞게 재구성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5. 자음건비탕의 임상적 의의
종합하면 자음건비탕은 기혈허손을 바탕으로 심비 기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담음이 발생하여 현훈과 정신적 불안이 나타나는 환자에게 적합한 처방이다. 특히 매사에 임하면 불안하고 어지러우며, 식욕부진·조잡·오심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 임상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자음건비탕은 고전적 처방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병리 해석과 용량 체계의 조정을 통해 현대 임상에 적합하게 발전해 온 처방이다. 이는 전통 방제가 단순히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임상 경험과 약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 기사 작성자: 메디콤뉴스 학생편집위원 박민지
□ 문의: qkralswl0630@naver.com



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