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대창면보건지소, 한방공중보건의, 조우현
아직 내가 한의대를 졸업하기 전, 학술 동아리에서 경희대학교 한의과 학생 둘이 방학 때 홍콩으로 교환학생 간 경험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이 말하기를 인삼과 산삼을 크로마토그래피로 분석한 결과 그 둘의 성분이 완전히 동일하게 나온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인삼과 산삼은 효능도 동일한가?
성분에 입각해서 생각한다면 인삼과 산삼의 효능은 동일하여야 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그 둘의 효능이 똑같다면 왜 산삼은 인삼보다 더 비싸게 팔릴까. 둘의 효능은 같은데 단지 산삼이 더 효과가 좋다고 기대하는 것만으로 가격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인삼과 산삼을 둘 다 먹어본 사람이 말하기를 그 둘은 맛부터 다르다고 한다. 인삼은 쓴맛이 느껴지는 데 반해 산삼은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술에 담그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삼을 담근 술에서는 향이 없지만, 산삼을 담근 술에서는 향이 좋다고 한다. 맛이 다르고 향이 다른데 효능 또한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통해 성분만이 그 음식이나 약재의 효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유추할 수 있다.
또 다른 예시는 석고를 들 수 있다. 석고는 돌의 일종으로 끓여서 추출되는 성분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하지만 석고가 한약의 효과에 미미한 영향을 줄까? 노의준 원장의 상한금궤 사용설명서라는 책에는 소시호탕으로 치료 가능한 증상 조합에 추가적으로 두드러기나 햇빛 알러지, 아토피 등의 발적이나 열감 증상이 환자에게 보인다면, 소시호탕에 석고를 가미하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적었다. 소시호탕만으로는 고치지 못한 피부 증상을 석고를 추가하니 치료한 증례를 반복적으로 얻어서 책에 기재했다고 한다.
애초에 석고가 효과가 없었다면 백호탕이라는 한약에는 석고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백호탕은 석고, 지모, 갱미, 감초의 네 가지 약재로 구성된 약제로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쓰였다. 석고가 추출되는 성분이 미약해 효과가 없었다면 석고는 진작 제외되었을 것이다.
한약이 효과를 발휘하는 기전을 오직 성분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어떤 약초가 특정한 효능을 가지는 이유는 그 약초의 성분 때문이 아니다. 그 약초가 자라는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그 효과가 나온다. 예컨대 택사는 연못이나 습지에 살기 때문에 물을 배출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물을 배출하지 못한다면 택사는 주위의 과도한 물로 인해 죽기 때문이다. 이런 택사를 인간이 복용하면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려는 택사의 노력, 즉 물을 배출하는 효능이 체내에서 발현된다. 또 다른 예시로 알로에는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데, 건조한 곳에서 물을 저장하고 온도가 높은 곳에서 스스로를 식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알로에를 복용하면 체내에 진액이 보충되고 몸의 열을 식힐 수 있다.
산삼과 인삼의 약효가 다른 이유가 이것이다. 산삼의 약효는 산삼이 자라는 바로 그 환경에서 온다. 인위적으로 재배한 인삼은 산삼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약효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물성 약재나 식물성 약재의 효능은 생전에 살았던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으로부터 나왔다. 한편 석고 같은 광물성 물질은 생명체가 아니므로 적응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있을 수가 없다. 전통의학에서는 이처럼 흙이나 돌 같은 무생물도 약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천지만물을 이루는 것도 氣이고, 사람 몸을 이루는 것도 氣이다. 다만 사물은 氣의 치우친 일부를 받았고, 사람은 온전하게 받았다. 만일 사람의 氣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병에 들었다면, 약물의 氣를 빌려서 치우친 인체 氣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치료이다. 이러한 관점이 한의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신체를 치유하는 시각이다. 따라서 석고 같은 돌이나 흙도 氣가 한쪽으로 쏠려 있고, 다른 약초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런 氣의 편중됨을 취해서 몸을 치료하는 것이다.
현대적으로 풀어보자면 氣는 에너지, 파동 혹은 정보로 읽히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하나의 약재에서 추출되는 것은 성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에너지이자 파동이다. 음식이나 약재의 성분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타민 C 섭취는 우리 몸에 유의미한 행위이다. 다만 귤의 비타민 C는 토마토나 고추의 비타민 C와는 다르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특정 약재의 에너지는 그 자체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성분처럼 검출할 수단이 현재로서는 없다. 하지만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한약을 공부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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